[노트북을 열며] 서울 5대 학군지에서 확인한 두 가지
서울 5대 학군을 취재하며 새삼 서울의 집값에 놀랐다. 대치(강남)와 반포(서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30억원을 호가했고, 잠실(송파)과 목동(양천) 역시 20억원 수준이었다. 그나마 중계(노원)가 10억원 대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000여만원. 학군지 집값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집값은 진입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60여명의 양육자, 부동산·교육 관계자들은 “고학력 고소득 부모가 많다”고 했다. “의사나 변호사가 많다”고도 했다. 이들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학군지의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일 테니 말이다.
학군지의 학업 성취도는 타지역을 압도했다. 2023년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고교 100개를 뽑아 구별로 모아보니, 5개 학군지가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 도드라진 지역은 분당(경기 성남) 정도뿐이었다. 결국 취재팀은 두 가지 명징한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학군지 집값은 비싸다’ 그리고 ‘학군지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는 '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 (2014)에서 서울대 합격률과 집값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서울대에 합격할 확률은 100명당 0.1명에 불과했지만, 강남구의 경우 그 20배에 달하는 2.1명이었다. 김 교수는 “강남 아이들이 잠재력이 더 뛰어나다기보다 비싼 집값을 감당할 만큼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사교육 지원을 받은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양육자들이 학군지 집값을 감당해가며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김 교수는 “시장엔 창조형 인재가 필요한데, 정작 국가와 가정에선 돈을 쏟아부어 모방형 인재를 길러내는 탓”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학군지에선 수능이 중요한 정시 전형을 노리고, 재수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선행·반복 학습이 수능에 유리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학군지에서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선행·반복 학습을 하게 하는 양육자가 어리석은 걸까? 자식 사랑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한 본능이다. 새끼를 적게 낳는 동물일수록 양육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 역시 자연의 법칙이다. 양육자들의 이런 본능을 수능에서 한 문제 더 맞추는 방향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만들 순 없을까? 2024년 대한민국이, 그리고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다.
■ 서울 5대 학군지 대해부
「 ① 대치권에서만 서울대 233명 갔다…그들이 ‘5대 학군’ 사는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6636
②“담배 피워도 학원은 간다” 서울대 진학 1위 대치의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6924
③ 평당 1억 반포 학군 뚫었다, 그 엄마가 쓴 ‘변두리’ 전략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7483
④“대치동 갈 바엔 저축한다” 서울대 고집 않는 잠실엄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7762
⑤“뒷단지·비단지 갈아타라” 목동 엄마 될 마지막 기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8292
⑥왕복 3시간 교통지옥 택했다, 그 엄마 유혹한 ‘중계동 은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8516
」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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