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당신도 핑프족이세요?

2024. 6. 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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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한림대 교수

얼마 전 학생에게서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핑프족’이라고, 핑거 프린(세)스족의 줄임말이고,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질문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 취득 수단이니 나쁠 것도 없지만, 역사상 가장 정보 검색 능력이 빼어나다는 요즘 MZ 세대가 ‘굳이’ 질문으로 정보를 얻자고 하다니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프족이라는 말 자체가 좋은 뉘앙스로 들리지는 않지만 우리는 모두 잠재적 핑프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뇌의 별명은 ‘인지적 구두쇠’이다. 최대한 뇌의 인지 에너지를 아끼고 아끼는 것이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가능한 스스로에게 가장 편한 방식을 선호한다.

김지윤 기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생성형 AI도 결국 잠재적 핑프족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에 가장 큰 장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에게 물어봐서 얻는 답변은 결국 내가 여러 번 검색 엔진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다. 하지만 편하게 물어보면 보기 쉽게 답해주는 형식은 뇌의 편안함을 배가하기에 우리는 어찌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닌 생성형 AI에게 마법이라는 칭찬을 달아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편한 길이 가장 완벽한 길이 아닌 것처럼, 남의 답변에만 의지하여 얻은 정보는 양질의 것이 아니다. 생성형 AI만 해도, 그 답변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AI의 시대. 공부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해보곤 한다. AI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교육해 내보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 되다가도, 그래도 스스로 머리를 최대한 더 쓰게 만드는 것이 대학 교육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마 컴퓨터와 핸드폰 없는 시기에 공부를 하고, AI 시대에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꼰대의 마지막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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