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하다 마약 중독된 형사의 세 얼굴

어환희 2024. 6.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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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은 마약에 중독된 형사가 친구의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마약이라는 소재가 자극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중독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SBS]

마약반의 엘리트 형사 장재경(지성)은 어느 날 의문의 납치를 당한 뒤 원치 않게 마약에 중독된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고등학교 친구 박준서(윤나무)는 사망보험금 50억원을 재경과 또 다른 친구 오윤진(전미도) 앞으로 남기고 숨진다. 재경은 누가 준서를 죽였는지 수사하는 동시에 자신이 겪은 마약중독 사건과의 연관성 또한 파헤친다.

SBS 금토 드라마 ‘커넥션’은 이같은 파격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했다. 지난달 24일 1회 시청률 5.7%(닐슨, 전국)로 시작해 최근 방송된 10회는 11.1%까지 오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올해 SBS 금토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이다. JTBC 드라마 ‘검사내전’(2019)의 공동극본으로 데뷔한 이현 작가의 첫 단독 작품이다.

‘커넥션’은 마약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 소재다. 지상파 드라마가 마약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고민은 컸다. 김문교 PD는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마약에 대한 거부감을 약화해선 안 된다는 원칙으로 접근했다. 각성·환각 등의 표현은 최소화하고, 주인공 재경이 금단 증상을 이겨내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제작진은 시각적으로도 불편한 효과를 줬다. 마약 중독으로 중추 신경계가 망가졌을 때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저속 촬영으로 잔상을 살렸다. 김 PD는 “혼란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면의 외곽부를 포커스아웃하는 틸트 시프트(tilt-shift) 렌즈를 자주 사용했고, 상황 파악을 못 하고 헤매는 재경의 얼굴을 담을 때는 낯선 느낌을 주기 위해 몸에 부착해서 촬영하는 보디캠을 종종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재경은 어지럽고 손발이 떨리는 마약 금단현상에 시달리면서도 수사를 멈추지 못한다. 그러다 증거품으로 보관 중인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는 괴로워한다. 결국 재경은 친구이자 기자인 윤진에게 마약 중독 사실을 들키게 된다.

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지성은 재경 역할을 위해 15kg을 감량했다. 마약 중독자와 마약반 형사, 두 가지 모습의 몰입도 높은 연기로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마약에 중독된 나, 마약을 이겨내려는 나, 중독된 상태를 즐기고 싶은 나, 이렇게 구분해서 혼란스럽게 싸우는 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약 관련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여러 버전으로 연기했고, 제작진과 상의와 검토를 반복해가며 이를 조절했다고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마약 소재가 자칫 자극적으로만 소비될 수 있음에도 ‘커넥션’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지성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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