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어딨나” “내 딸은 목걸이 했다”…유족, 장례식장·경찰서 돌며 수소문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 2구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소방 당국은 25일 수습된 실종자 시신 1구는 한국 국적의 김모(47)씨, 전날 수습된 시신 1구는 중국동포 출신으로 귀화한 이모(46)씨라고 밝혔다. 전날 처음 신원이 확인된 김모(52)씨에 이어 지금까지 한국인 남성 3명의 신원이 파악된 셈이다. 나머지 시신들은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5개 장례식장과 경찰서, 참사 현장 등을 돌며 가족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50분쯤 함백산추모공원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 3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우리 딸 목걸이를 확인해야겠다” “차량이 회사에 주차돼 있으니 차 키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소지품을 포함해 모든 게 소실된 상황이라 ‘우선 DNA를 채취하셔야 한다’고 화성서부경찰서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도 전날 오후 8시30분쯤 송산장례문화원으로 달려와 “어디 가야 누나를 볼 수 있냐”며 두리번거렸다. 함께 온 A씨 지인은 “119에 연락해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물어봤다”며 “가족을 다 동원해서 찾으러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모두 시신을 확인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라오스 국적의 사망자 쑥 싸완 말라팁(32)의 남편 이모(51)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20분쯤 머리에 흰 붕대를 감은 채 화성중앙종합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지난 19일 뇌혈관 수술을 받고 이날 퇴원하자마자 충북 괴산에서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그는 “생존한 라오스 동료가 여기에 있을 거라고 해서 왔는데, 신원 파악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습한 시신에 대한 부검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신원 확인에 필요한 DNA를 채취해 가족과 비교할 예정이다.
최서인·이아미·박종서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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