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놓고 한·러 외교관 설전…“안보리 결의 위반” “한국이 받아들여야”

박현주 2024. 6.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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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도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최근 체결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 조약)과 관련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자국 매체를 통해 “한국이 북·러 조약을 차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병원 차관보는 전날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된 아시아협력대화(ACD) 외교장관 회의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부 차관과 조우했다. 지난 19일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외교부 1차관의 주한 러시아 대사 초치 외에 한·러 고위 당국자가 별도로 조우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양측이 만난 시간은 아주 잠시였다고 한다.

정 차관보는 이날 회의의 한국 측 수석대표로서 국가별 발언을 통해 “북·러 조약 체결 등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어떤 직간접적 행위도 관련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ACD 회원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국제 안보와 평화에 위해가 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차관보는 또 “최근 북한의 지속적 도발에 따른 엄중한 한반도 상황도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다만 이날 같은 회의에 참석한 루덴코 차관은 정 차관보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그는 자국 매체인 스푸트니크 통신을 통해 25일 “한국이 북·러 조약을 차분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또 “한국이 새 협의를 이해심을 갖고 수용하길 기대한다”며 “그러면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해 건실한 접근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 군사 협력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약까지 마련해 놓고 한국을 향해선 “이해심을 가지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루덴코 차관은 이어 “북·러 조약은 한국을 비롯한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한반도와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합법적이고 방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한·러는 지난 19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서로를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양국 차관이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러시아의 면전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지적하고 러시아가 뒤로 자국 매체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며 ‘대결 국면’을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북·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답방 분위기도 띄우고 있다. 루덴코 차관은 이날 스푸트니크 인터뷰에서 “모든 필요한 조건이 맞을 때 (김정은의 방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푸틴이 귀국 후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공개했다. 해당 전문에서 푸틴은 김정은에게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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