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5-15' 대하드라마, 롯데도 KIA도 웃지 못했다…319분 혈투 끝 연장 12회 무승부 [사직:스코어]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가 무려 5시간 19분의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롯데는 KBO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영화 같은 승리를 만들 수 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KIA는 무려 13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승부에 만족했다.
롯데와 KIA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팀 간 9차전에서 연장 12회 15-15로 비겼다.
롯데는 이날 선발투수 나균안이 1⅔이닝 7피안타 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 두 번째 투수 현도훈이 3⅓이닝 7피안타 2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게임 초반 무너졌지만 타자들의 집중력이 빛났다.
롯데 타선은 황성빈 4안타 1타점 3득점, 윤동희 1안타 1득점 1볼넷, 고승민 2안타 1홈런 6타점 2득점, 빅터 레이예스 2안타 2타점, 나승엽 1안타 2득점 1볼넷, 이정훈 3안타 1타점 3득점, 정훈 2안타 1홈런 4타점 2득점 등으로 나란히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고승민은 4회말 추격의 발판을 만드는 만루 홈런, 7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2타점 적시타 등 게임을 지배하는 활약을 펼쳤다.
롯데가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KBO리그 정규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 역전승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5월 8일 SK 와이번스가 문학 홈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11을 뒤집고 13-12 역전승을 거둔 이후 11년 만에 최다 점수 차 역전승 기록이 탄생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KIA도 총력전을 펼친 끝에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걸 거부했다. 비록 소모가 크기는 했지만 패전보다 무승부가 승률 계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승부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KIA는 서건창 1안타 2타점 2볼넷 2득점, 홍종표 1안타 1타점, 소크라테스 브리토 4안타 1홈런 4타점 3득점, 김도영 1안타 2득점 1도루 2볼넷, 나성범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이우성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최원준 1안타 1볼넷 2득점, 이창진 1안타 1득점, 한준수 2안타 2타점 1득점 등 타선의 막강 화력을 뽐냈다.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은 4회까지 14-1의 리드를 안겨준 타선의 득점 지원에도 5이닝 11피안타 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9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KIA 불펜도 ⅔이닝 2피안타 2실점, 김도현 ⅔이닝 3피안타 1피홈런 3실점 등으로 고전했다. 다만 게임 후반 장현식, 최지민이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면서 패배를 모면했다.
▲1회부터 터진 KIA 타선, 롯데 나균안 난타하고 기선 제압
KIA는 이날 서건창(2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이우성(1루수)-최원준(중견수)-한준수(포수)-박찬호(유격수)로 이어지는 타선을 꾸렸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롯데는 황성빈(중견수)-윤동희(우익수)-고승민(2루수)-빅터 레이예스(좌익수)-나승엽(1루수)-이정훈(지명타자)-정훈(3루수)-박승욱(유격수)-손성빈(포수)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우완 나균안이 네일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KIA는 1회초 경기 시작과 함께 기선을 제압했다. 선두타자 서건창이 볼넷을 골라 나가자마자 소크라테스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소크라테스가 롯데 선발 나균안을 상대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려 2-0의 리드를 잡았다.
기세가 오른 KIA는 김도영의 2루타, 최형우의 1타점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3-0으로 달아났다. 나성범의 2루타로 무사 2·3루 찬스를 이어간 뒤 이우성의 1타점 적시타, 2사 후 박찬호의 1타점 적시타로 2점을 더 보태 스코어를 5-1로 만들었다.
롯데도 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1회말 선두타자 황성빈, 윤동희의 연속 안타로 주자를 모은 뒤 1사 1·2루에서 빅터 레이예스의 좌전 안타 때 2루 주자 황성빈이 득점하면서 5-1로 따라붙었다.
KIA도 강공으로 응수했다. 2회초 선두타자 김도영의 볼넷 출루, 2사 후 이우성과 최원준의 연속 볼넷 출루에 이어 한준수의 타석 때 나균안의 폭투로 3루 주자 김도영이 홈 플레이트를 밟아 6-1로 달아났다. 한준수의 2타점 2루타까지 터지면서 스코어는 8-1까지 벌어졌다.
불붙은 KIA 타선은 멈출 줄을 몰랐다. 4회초 선두타자 최원준, 한준수, 박찬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차린 뒤 서건창의 1타점 적시타, 소크라테스의 2타점 2루타, 상대 실책 등을 묶어 5점을 더 얻었다. 14-1까지 도망가면서 쉽게 승기를 굳힐 것처럼 보였다.
▲거인의 대반격, 네일 몰아붙인 롯데 타선 집중력...고승민 만루포로 바뀐 게임 흐름
롯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회말 선두타자 나승엽의 KIA 3루수 김도영의 1루 송구 실책으로 출루한 뒤 이정훈의 2루타가 터지면서 무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정훈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나승엽이 득점한 뒤 박승욱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얻어 14-3으로 점수 차를 좁혔다.
롯데는 손성빈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2사 1루에서 황성빈의 2루타, 윤동희의 볼넷 출루로 네일을 괴롭혔다. 2사 만루에서는 고승민의 만루 홈런이 폭발, 순식간에 14-7까지 따라붙었다.
롯데 타선은 5회말에도 네일을 괴롭혔다. 선두타자 이정훈의 안타, 정훈의 2루타로 맞은 무사 2·3루 찬스에서 박승욱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이정훈이 득점, 14-8로 KIA의 뒤를 쫓았다. 2사 3루에서는 황성빈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14-9 5점 차까지 롯데가 추격했다.
▲불펜 가동 KIA, 정훈 일격에 당했다...14-12까지 좁혀진 스코어
KIA는 네일이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6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불펜을 가동했다. 베테랑 좌완 김대유가 먼저 롯데의 추격 흐름을 끊기 위해 나섰다.
김대유가 선두타자 고승민과 김동혁을 차례로 범타 처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롯데의 6회말 공격은 소득 없이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승엽, 이정훈의 연속 안타로 2사 1·3루가 되면서 흐름이 묘해졌다.
KIA 벤치는 여기에서 투수를 우완 김도현으로 교체했다. 실점을 막고 6회말 수비를 끝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롯데 베테랑 타자 정훈이 김도현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때려내면서 스코어는 단숨에 14-12 2점 차가 됐다.
▲'약속의 7회' 만든 롯데, 실책으로 자멸한 KIA...14-1→14-15로
롯데는 롯데는 기어이 드라마를 썼다. 7회말 선두타자 대타 최항과 황성빈의 연속 안타, 윤동희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3루 동점 찬스를 잡았다. 4회말 만루홈런의 주인공 고승민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면서 14-14 동점이 됐다.
KIA는 14-1의 리드가 사라진 뒤 자멸했다. 1사 1루에서 김동혁의 투수 앞 땅볼 때 KIA 투수 곽도규의 2루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아웃 카운트를 늘리지 못하고 1사 2·3루로 상황이 악화됐다.
롯데는 KIA가 보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나승엽의 볼넷 출루로 이어간 1사 만루 역전 찬스에서 이정훈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로 게임을 뒤집었다. 15-14로 앞서가면서 무려 13점 차의 열세를 극복했다.
▲동점 균형 맞춘 KIA, 홍종표의 적시타로 승부는 다시 미궁 속으로
KIA도 재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8회초 선두타자 이창진의 안타와 김태군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득점권 기회를 잡으면서 동점을 노렸다. 박찬호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흐름이 잠시 끊기기는 했지만 홍종표가 해결사로 나섰다.
홍종표는 롯데 베테랑 우완 김상수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째 129km짜리 포크볼을 공략, 깨끗한 중전 안타로 2루 주자 이창진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13점의 리드를 날리고 패배 위기에 몰렸던 KIA는 한숨을 돌리고 다시 팽팽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최후의 승자는 없었다, 5시간 혈투에도 가리지 못한 승부...무승부로 막 내린 혈투
9회까지 난타전을 벌인 양 팀은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 돌입했다. KIA가 10회초 1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벽을 넘지 못해 무득점에 그쳤다.
롯데는 10회초 고비를 넘긴 뒤 10회말 1사 2루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오선진의 안타로 1사 1·3루 찬스를 이어가면서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KIA 벤치는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박승욱을 자동 고의사구로 거르고 1사 만루에서 서동욱과 승부를 선택했다. 장현식이 서동욱을 루킹 삼진, 황성빈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면서 승부를 연장 11회로 끌고갔다.
KIA와 롯데 모두 결승점을 노렸지만 누구도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 결국 5시간 19분의 혈투는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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