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9회서 깨진 퍼펙트…LG 켈리에게 쏟아진 뜨거운 환호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35·미국)가 역대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아쉽게 놓쳤다.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놓고 안타를 맞아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홈팬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완봉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켈리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9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면서 1피안타 3탈삼진 무4사구로 상대 타선을 봉쇄하고 4-0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4승(7패)째와 함께 첫 번째 완봉승을 신고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켈리였다. 완벽한 투구로 삼성 타자들을 요리하면서 KBO리그 최초의 퍼펙트게임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켈리는 1회초 선두타자 김지찬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 막판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볼넷이나 사구, 실책도 나오지 않으면서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잠실구장은 켈리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들어찼다. LG 타선은 2회 무사 1, 2루에서 문보경이 상대 선발투수 원태인으로부터 우월 3점홈런을 빼앗은 뒤 후속 연속 안타로 1점을 추가해 켈리에게 4점을 지원했다.
위기도 있었다. 7회였다. 켈리가 선두타자 김지찬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는데 1루심이 처음에는 페어 선언을 했지만, 주심의 콜을 따라 이를 파울로 번복했다. 이때 김지찬과 1루수 오스틴 딘은 각자 플레이를 했고, 딘이 몸을 날려 먼저 1루를 터치하는 상황이 나왔다.
이 장면을 놓고 LG 벤치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약 3분 뒤 원심은 뒤바뀌어 페어가 됐고, 딘의 베이스 터치보다 늦었던 김지찬에게 아웃이 선언됐다.
위기를 넘긴 켈리는 7회와 8회를 모두 무실점으로 넘겼다. 그러나 9회 첫 번째 관문을 넘지 못했다.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던진 2구째 시속 134㎞짜리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고, 중전안타가 됐다. 켈리와 포수 박동원 등 LG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퍼펙트 행진이 깨진 LG는 코칭스태프가 잠시 마운드를 방문에 켈리를 다독였다. 마음을 진정시킨 켈리는 후속타자 강민호를 3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해 불을 껐다. 이어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4-0 완봉승을 완성했다. LG팬들은 켈리의 이름을 연호하며 에이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같은 날 부산 사직구장에선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온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이 초반부터 대량 실점하면서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초반부터 험난한 경기였다. 나균안은 1회에만 홈런 1개 포함 안타 6개와 볼넷 2개를 내줘 5실점했다.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우중월 2점홈런을 맞았다. 이어 4연속 안타를 포함해 추가로 안타 5개를 허용하면서 3점을 더 내줬다.
난조는 2회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볼넷이 발목을 잡았다. 볼넷 3개를 허용해 2사 만루로 몰렸고, 한준수의 타석에서 폭투가 나와 1실점했다. 이어 한준수에게 2타점 우월 2루타를 맞아 2회까지 8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나균안은 박찬호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한 뒤 서건창의 타석에서 현도훈으로 교체됐다. 현도훈은 서건창을 삼진으로 잡고 불을 껐다. 이날 나균안의 성적은 1과 3분의 2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8실점.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인사로 홍역을 치렀던 나균안은 앞서 13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8.08로 부진하며 잠시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뒷말이 무성했던 이날 경기에서 다시 무너지면서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편 이날 경기는 15-15 무승부로 끝났다. KIA가 4회까지 14-1로 앞섰지만, 롯데가 경기 중반 대거 14점을 내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KIA도 8회 홍종표의 동점 적시타로 맞섰고, 연장으로 향한 경기에서 누구도 점수를 뽑지 못했다. 경기시간은 올 시즌 가장 긴 5시간20분을 기록했다.
인천에선 KT 위즈가 SSG 랜더스를 6-1로 물리쳤고, 대전에선 한화 이글스가 두산 베어스를 5-4로 제압했다. 고척에선 9회 터진 로니 도슨의 끝내기 적시타를 앞세운 키움 히어로즈가 NC 다이노스를 6-5로 꺾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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