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타요·잔망루피…유아동 IP 강자 [IPO 기업 대해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6.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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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이코닉스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잔망루피.

영유아는 물론 1020세대까지 아우르는 팬덤을 지닌 애니메이션이다. 이들 모두 아이코닉스라는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제작됐다. 이른바 ‘초통령’이라는 별명을 지닌 뽀로로를 비롯해 다수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는 아이코닉스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한다.

패션 잡지 ‘보그코리아’ 모델이 된 잔망루피. 잔망루피는 뽀로로와 함께 아이코닉스 대표 지식재산권(IP) 중 하나다. (보그코리아 제공)
IP 기반 사업 모델 수두룩

상품 개발부터 테마파크까지

지난 2001년 설립된 아이코닉스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IP다. 뽀로로, 타요, 잔망루피 등 이름만 들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알 만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다수 보유했다. 특히 설립 3년 차에 만들어진 뽀로로는 회사의 상징과 같은 캐릭터다. 2003년 시즌1 론칭 후 다양한 스핀오프 작품까지 탄생시키며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 공개된 지 2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국내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꼽힌다. 200여개국에 수출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국내 애니메이션 글로벌 진출의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뽀로로 외 IP도 강력하다. 꼬마버스 타요 또한 2010년부터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국제적으로 인기를 끄는 캐릭터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잔망루피를 비롯해 ‘치로와 친구들’ ‘태극천자문’ ‘제트레인저’ 등 내로라하는 IP가 수두룩하다.

IP를 활용한 사업 모델도 다양하다.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부터 완구, 출판, 방송, 뉴미디어 서비스, 테마파크, 공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라이선스 협력사로 300여곳을 확보해 전 세계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한다. 국내외 수십여 개 뽀로로 테마파크도 운영 중이다. 실내외 놀이터 가맹 사업을 하는 플레이스원, 생활용품 제조 업체 모린, 식음료 제품 도소매 업체 어니스트에프앤비, 방송영상 채널 업체 아이코닉스미디어, 중국 내 라이선싱을 담당하는 북경창려문화전파유한공사, 중국 내 유통을 담당하는 아이코닉스상업관리유한공사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 매출 성장세도 안정적이다. 아이코닉스 매출은 지난 2021년 942억원에서 2022년 1053억원, 2023년 1176억원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다. 영업이익은 2021년 86억원에서 지난해 8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2001년 설립 이후 23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성장세가 잠시 주춤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엔데믹 이후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실적 배경으로는 유아동용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언어 장벽이 낮고,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감정 이입이 잘되도록 스토리를 구성했다는 점이 꼽힌다. 또, 처음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 영상의 완성도 등이 콘텐츠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무엇보다 소비자가 충분히 즐기고 감동받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4년 차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기업·명품 협업 ‘눈길’

IP를 활용한 협업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유통 기업 상품에 아이코닉스 캐릭터가 활용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대기업이나 명품 회사와 함께하는 사업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잔망루피는 삼성전자나 소니는 물론, 불가리나 로레알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함께 사업을 전개한다. 지난 2022년 잔망루피는 불가리의 ‘게스트 앰버서더’로 임명돼, 불가리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패션 잡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계적인 콘텐츠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이유도 강력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다. 공모자금을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활용해 해외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그림을 그린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와 미주, 유럽 시장서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투자업계 관심도 상당한 편이다. 아이코닉스는 지난 2020년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받았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애니메이션 판매 실적과 함께 유아 관련 제품 매출 등 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대로 수출 기회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4년 전보다 실적이 개선된 만큼, 이번 IPO를 통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 아이코닉스는 지난 5월 3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총 상장 예정 주식 수인 1880만주 가운데, 약 19%인 36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문제없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이르면 연말 또는 2025년 초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코닉스의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인터뷰 |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美·日처럼 온 가족이 애니메이션 보는 시대 올 것”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59)는 금강기획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애니메이션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금강기획에 입사해 애니메이션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금강기획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웠고, 애니메이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최 대표는 당시 팀원들과 나와 아이코닉스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자이자 여전히 지분 36%를 지닌 최대주주로서 아이코닉스를 이끌고 있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Q. 회사 설립 당시 두려움은 없었는지.

A. 당시 대한민국은 창작 애니메이션 불모지였다.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 캐릭터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개척할 여지가 크다고 생각해 도전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시장을 개척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보자는 도전 정신을 갖고 창업했다.

Q. 보유한 IP 중 특히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A. 아이코닉스의 모든 캐릭터가 자식같이 느껴진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크롱에 각별한 느낌을 받는다. 뽀로로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아직 어린 막내 아이 같은 느낌이 있다. 2003년부터 방송한 뽀로로를 보던 최초 시청자는 이제 성인이 됐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 가족이 뽀로로를 함께 시청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Q. 새 캐릭터 제작을 계획 중이라면, 어떤 이미지일까.

A. 아이코닉스가 만드는 캐릭터가 시청자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제작자가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 캐릭터는 그 상상에 부합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캐릭터를 만들 때마다 순수하고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Q. 향후 목표는.

A.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이코닉스가 국내 1위가 아닌 아시아 최고의 종합 애니메이션 회사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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