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곡점 고정금리? 변동금리?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6. 25.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대출 금리 ‘안녕하신가요’

장면 1.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전세대출 연장을 하는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고정금리로 할 거냐? 아니면 변동금리로 할 거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2년 단위로 연장하고 있었는데 올 상반기 기준금리 상황을 보니 고민이 됐다.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데다 실제 시장금리도 점차 내려가고 있기 때문. 지금의 선택으로 2년 후 얼마나 이자비용을 아끼느냐 기로에 서 있다 보니 셈법이 그만큼 복잡해졌다.

장면 2. 비단 전세대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포모 증후군(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작동, 이 시점에 집을 사려는 이들 역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아파트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B씨. 한 시중은행을 찾아갔더니 다음과 같은 안내를 받았다.

“6월 기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의 최저 적용금리를 보면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인 COFIX(신규)는 4.03%, COFIX(신잔액)은 3.63%고, 고정금리는 금융채 5년 기준물 2.97% 정도 된다.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적게는 0.66%에서 최대 1.06%포인트까지 낮은 수준이다.”

B씨는 2%대 후반인 고정금리를 선택하려다 4~5년 전만 해도 변동금리로 1%대 이자를 냈던 기억 때문에 멈칫멈칫했다고 털어놨다.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각국 기준금리가 서서히 변화 조짐을 보이면서 재테크족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당장 EU는 기준금리를 내렸고 여기에 동조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각종 고용 지표, 물가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기준금리 인하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나 홀로 호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한 차례 금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먼 나라 얘기 같지만, 어떤 형태든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금리 트렌드가 대출에 상당히 중요한 고려 사안이 되고 있다.

대출 상품 가입 시 고정·변동금리를 두고 투자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경DB)
주담대 전략은?

주기형(5년 후 재산정)이 유리

전문가들은 투자자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주택·아파트담보대출처럼 30년에서 50년짜리 장기상품의 경우 ‘예측 가능성’에 무게를 더 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윤희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은 30년 이상 장기상품이라 단기 전망에 따라 금리물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이자 비용의 예측 가능성이 가계 자산운용에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집을 산 후 매년 같은 비용을 내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에게 맞는 전략인 셈이다. 더불어 현시점에서는 주기형 혹은 혼합형 주담대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기형 대출이란 처음 대출할 때 금리가 계약 기간(통상 5년) 동안 유지되고, 그 후 금리 상황이 바뀌면 다시 바뀐 금리로 5년간 유지되는 상품이다. 혼합형은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대출 기간 중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이나 하락에 대비하는 일종의 헤지 상품인 셈이다. 게다가 5년 전후 주담대 상품을 쓰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수준의 고정금리 상품은 매력적일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시중에 나와 있는 고정금리 상품에는 ‘이미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先)반영했기에 한동안 충분히 싸게 느껴질 것’이라는 논리다.

장미란 하나은행 도곡금융센터지점 PB부장은 “실례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년 고정금리 상품과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차가 크다. 향후 기준금리가 완만하게 떨어진다면 상당 기간 변동금리 상품 금리가 더 높게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좀 더 주담대를 고를 때 많은 돈을 빌리려고 하면 주기형이 혼합형보다 유리하다는 사실도 참고해볼 만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곧 시행될 스트레스DSR 2단계(차주 소득과 미래 금리 가정까지 감안해 심사) 제도가 도입되면 주기형이 대출 한도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기대출도 고정이 유리?

상반기 상황만 놓고 보면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논리로 단기대출 상품도 고정금리가 현 상황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시점”이라며 “올해 6월 기준 국내 채권 시장금리 수준은 한은의 기준금리 1회 인하 정도를 이미 선반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시장금리가 오히려 상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단기 상품도 지금 상황에서는 고정금리 상품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월(3.54%)보다 0.02%포인트 오른 3.56% 수준이 됐다. 코픽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계속 내렸다가 올해 5월 반등했다. 6개월 만에 처음 상승세다. 이런 식으로 내려갈 것으로만 봤던 시중금리가 언제든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코픽스는 은행의 자본 조달 비용을 반영한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를 뜻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실제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매달 8개 주요 시중은행의 자본 조달 상품 관련 비용을 취합해 산출한다.

변동금리 상품은 언제쯤?

금리 인하 급물살 탈 때

그렇다고 무조건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보다 ‘글로벌 금리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이라면 좀 더 선제적으로 변동금리 상품을 고르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정윤희 팀장은 “변동금리 대출은 현시점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높다는 단점은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 대출 금리도 함께 낮아지기에 1년 내 기준금리가 최고 100bp(1%)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차주(대출할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1990년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다가 닷컴 혁명 직전 금리를 가파르게 떨어뜨린 전례도 있다.

환승금리도 있나?

해약금 안 물려면 3년은 참아야

어쨌든 상황 따라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상품을 갈아타고 싶어 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다. 가계대출 기준 중도상환해약금은 고정금리는 1.4%, 변동금리는 1.2% 정도를 내야 한다. 이때 전 대출 기간 동안 동일한 중도상환해약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신규 대출 계약일로부터 3년이 초과하면 중도상환해약금의 징수는 면제된다.

또 3년 이내라도 슬라이딩 방식으로 대출 잔여 일수에 따라 중도상환해약금률이 낮아진다. 1억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하자. 대출 첫날부터 1년 6개월 경과 후 상환하면 중도상환해약금은 고정금리의 경우 0.7%인 70만원, 변동금리는 0.6%인 60만원으로 약 1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3년 이내에 대출 갈아타기를 계획한다면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정이든 변동이든 3년 초과 후부터는 향후 금리 전망, 가계 자금 운용 계획, 본인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