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 정비사업 눈길…도화동 구축 매력
서울시는 최근 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개발계획’을 수정해 의결했다. 앞서 지난 2월 5일 용산 정비창에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이 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용산 개발이 처음 추진된 2006년 이후 20여년간 난항을 겪었지만 총 사업비 51조원, 규모 약 15만평(49만5000㎡)에 달하는 개발 사업 추진 발판이 본격적으로 마련된 셈이다.
서울시는 이 구역을 용도에 따라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 등 3개 존(Zone)으로 구분했다. 국제업무존은 당초 계획으로는 3종일반주거지역이었으나 의결 하루 전 회의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했다. 또 민간 기업이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제안하면 도시혁신구역이나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 용적률을 최대 1700%까지 적용하는 등 100층 내외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
국제업무지구의 세부 구역은 국내외 개발 사례 등을 고려해 총 20개(획지당 평균 1만5000㎡)로 계획했다. 글로벌 기업이나 외국 자본 수요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등 구역 규모는 유연하게 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반영해 오는 7월 중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개발계획을 고시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서부이촌동 빛 볼까
현대한강·동아그린 주상복합 가능
부동산 시장에서는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에 힘입어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동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수혜지로 꼽히는 곳 중 서부이촌동은 마침 최근 서울시가 기존 아파트지구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변경한 덕분에 주상복합을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주목받는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개발 밑그림’ 격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새롭게 수립되며 주거 기능만 담당할 수 있던 주거 용지에 상업 용도, 비주거 용도 도입이 가능해진다. 높이·밀도 등 규제도 완화된다. 기존의 5층 이하에서 대상지 여건에 따라 40m까지 완화되는 식이다.
이촌2동(서부이촌동) 일대 현대한강, 동아그린, 강변맨션에 도입된 지구단위계획에도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현대한강과 동아그린이 통합 재건축 방식으로 재건축하면 현재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경우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이외에 용산에서는 북한강성원아파트, 대림아파트, 한강삼익아파트, 이촌시범아파트, 정비창전면1·2·3구역, 용산역전면1·3구역, 신용산역북측1·2구역, 청파1구역 등 40여개의 구역이 크고 작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논의 중이다.
원효로4가에선 모아타운(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이 추진 중인 71번지 일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아타운은 면적 10만㎡ 미만, 노후도 50% 이상인 지역을 모아주택으로 선정하고 지역 내 부족한 기반 시설을 확보하는 지역 단위 계획이다. 모아타운 대상지로 지정되면 용도지역 상향 등 용적률과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원효로4가 71 일대는 2022년 10월 모아타운으로 선정됐다. 용산구가 지난해 7월 관리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고 관리계획안을 두고 주민 의견을 듣고 서울시 통합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관리계획 승인까지 받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원효로4가 일대에는 지상 25층짜리 아파트 500여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공덕동 정비사업 탄력 기대
서울에서도 알짜 부지로 꼽히는 마포구 공덕동 일대도 크게 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수혜지다. 이미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 있지만 여전히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 있다. 공덕7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재개발 시동을 걸었고 공덕6구역과 공덕8구역은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일대 대표 주자인 공덕1구역은 일찌감치 사업을 진행한 덕에 분양이 임박했다.
공덕7구역은 지난해 7월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한 지 9개월 만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계획안에 따르면 공덕7구역에는 지상 최고 26층, 10개동, 703가구(임대 106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분양가는 3.3㎡당 3582만~4378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공덕7구역 추진위원회는 내년 초에 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덕7구역 건너편에 위치한 공덕8구역도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곳은 1530가구 규모로 올해 정비구역 지정이 목표다. 마포구청은 최근 공덕8구역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입안했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덕6구역은 올해 사업시행인가 받는 것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포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접수했다. 166가구로 다른 구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평지에 위치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2020년 3월 조합설립인가 일몰 기한을 맞이하며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2021년 3월 80% 동의율로 조합을 설립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공덕1구역은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1101가구)’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오는 6월 21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뒤 7월 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 접수를 한다. 총 1101가구 중 456가구가 일반분양 몫으로 나온다. 일반분양가는 3.3㎡당 5300만원 안팎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공덕은 지금도 여의도·광화문을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주거지역인데, 용산 개발 호재 덕에 사업성이 높아질 여지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신축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면 마포구 도화동, 용산구 신창·산천동 일대 구축 아파트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도화동과 신창·산천동은 행정구역상 각각 마포구, 용산구로 다르지만 공덕역, 5호선 마포역, 6호선 효창공원역, 한강변으로 둘러싸여 생활권이 비슷하다.
이 일대에는 신축 단지는 없지만 입주 28년 차 도화동 ‘마포삼성(982가구)’ 아파트가 일대 대장 단지로 통한다. 지난 5월 1일 전용 84㎡가 10억4200만원(7층)에 거래된 것을 제외하면 올 들어 13억7400만~14억2000만원에 실거래됐고, 최근에는 14억~16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16억원에 실거래될 경우 2021년 9월 전고점(16억5000만원)을 거의 회복하는 셈이다. 산천동 ‘리버힐삼성(1102가구)’에서는 전용 59㎡가 10억5000만원(15층)에 실거래됐다. 1층 매물 거래였지만 지난해 말 9억원에 저점을 찍은 후 천천히 시세를 회복 중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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