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잔인해" 모드리치, 경기 MVP 선정에도 '눈물 글썽'→2018 WC 골든볼 생각나네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크로아티아 전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경기 최고의 선수로 뽑혔음에도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25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크로아티아는 후반 10분 골키퍼 선방을 맞고 나온 세컨볼을 모드리치가 골대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리드를 잡았다. 이탈리아전 선제골로 모드리치는 유로 대회 최고령 득점자(38세 289일)로 이름을 올렸다.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 선제골을 잘 지켜내면서 승리를 따낼 것으로 보였지만 후반 추가시간 이탈리아 미드필더 마티아 자카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3차전을 1-1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일격을 허용해 승리를 놓치면서 크로아티아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유로 2024는 24개국이 참가해 조별 예선 3경기씩을 치러 16개국이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6개 조로 편성돼 조별로 상위 2개국은 16강에 진출하고 3위를 차지한 6개국 중 상위 4개국이 16강에 진출한다.
크로아티아가 속한 B조에선 스페인(승점 9)과 이탈리아(승점 4)가 조 1, 2위를 차지해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2무1패를 거둬 승점 2밖에 벌지 못한 크로아티아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3위에 자리 중이지만 현재 3위 팀들 중 5위이라 16강행 가능성이 그러 높지 않다.
모드리치도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후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눈물이 나는지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경기가 끝난 후 UEFA가 이날 공식 POTM(Player of the match)으로 선정된 건 선제골 주인공 모드리치였다. 모드리치는 경기 MVP에게 주어지는 트로피를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때 얼굴이 굳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1985년생인 모드리치는 39세가 돼 불혹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유로 2024가 모드리치의 커리어 마지막 유로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모드리치는 침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유럽 축구 소식에 정통한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에 의하면 모드리치는 "축구는 매우 잔인할 수 있다"라며 "난 영원히 축구를 하고 싶지만, 우리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언젠가는 은퇴를 선언해야 할 텐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라며 조금씩 은퇴 선언할 시기를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설적인 크로아티아 미드필더 모드리치는 지난 2008년 여름 디나모 자그레브를 떠나 토트넘에 입단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발을 내밀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후 모든 대회에서 160경기에 나와 17골 25도움을 기록했다.
왜소한 체격에도 모드리치는 뛰어난 테크닉을 과시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토트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모드리치는 2012년 여름 이적료 3500만 유로(약 514억원)에 클럽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전격 이적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레알에 입단한 모드리치는 한 단계 더 도약하면서 클럽과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레전드가 됐다. 레알에서 무려 12년째 뛰고 있는 모드리치는 레알에서만 533경기에 출전해 39골 86도움을 기록 중이다.
모드리치는 레알에서 뛰는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6회, UEFA 슈퍼컵 우승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4회, 라리가 우승 4회, 코파 델 레이 우승 2회, 수페르코파 우승 5회를 포함해 총 25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클럽에서 큰 족적을 남긴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조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A매치 통산 178경기 26골을 기록 중인 모드리치 활약에 힘입어 크로아티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3위, 2022-23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점이 모드리치에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가 프랑스에 패해 준우승을 했을 때 모드리치는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지만 이때도 굳은 얼굴로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은퇴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모드리치는 이번 유로 대회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길 원했으나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해지면서 끝내 국가대표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지 못하고 은퇴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로마노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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