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꿈 '프러포즈 공원'... "장소 없어서 결혼 못하나" 비판

조정훈 2024. 6. 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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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110억 짜리 신천 수상공원 조성 계획... 시민사회 "결혼 장려 실질 대책 세워라"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대구시가 시내 중심가를 흐르는 신천에 110억 원을 들여 '프러포즈 존'을 설치해 청년들이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를 하고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신천에 청춘남녀들이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뒤 대구시가 110억 원을 들여 수상공원인 '신천 프러포즈'를 조성하기로 하자 시민단체, 야당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천 숲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신천 수상에 프로포즈 데크를 설치해 선남선녀들이 이곳에 와서 프로포즈 하고 한번 맺어지면 평생 헤어지지 않고 자녀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도심 속 수상공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후 대구시는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찾는 시민 대표 여가공간인 신천에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수상공원인 '신천 프러포즈'의 디자인을 확정했다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총사업비 110억 원(설계비 5억 원, 공사비 105억 원)을 투입해 대봉교 인접 하류 공간에 조성되는 '신천 프러포즈'에는 프러포즈 라운지, 이벤트 부스, 다목적 공간으로 구성되고 경관 및 접근성도 개선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신천에 수변공원화 사업으로 낙동강 생태유량공급, 푸른숲 조성 및 고정식 물놀이장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연인 및 가족단위 방문객에 필요한 복합시설이 없어 수상공원 형식으로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복층구조로 상부의 프러포즈 라운지는 바닥조명과 이벤트룸인 프러포즈룸, 프라미스존 등 프러포즈 전용공간으로 구성되고 하부 이벤트 부스는 카페 및 스낵라운지, 아이템부스, 전시 및 홍보부스 등이 들어선다. 또 원형 내부에 들어서는 다목적 광장은 대형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다양한 영상을 상영하고 버스킹 공연과 프러포즈 이벤트·스몰웨딩을 할 수 있는 멀티존, 포토존, 플레이존 등이 배치된다.

또한 신천 프러포즈로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신천 둔치 좌·우안 및 대봉교 보행로에서 연결되는 4개소의 진출입로를 설치하고 대봉교 하류에 프러포즈 이벤트 신청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 전용 주차공간도 운영할 계획이다.
  
신천 프러포즈는 홍준표 시장이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해진 파리 센강의 다리 퐁네프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신천 숲공원 조성의 일환인 '신천 프러포즈'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가족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도심 속 수상공원을 설치할 것"이라며 "특색있는 프러포즈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국 선남선녀들의 프러포즈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5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 중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대구시당 "전국에 프러포즈존 있지만 흉물로 변질"

대구시의 프러포즈존 계획에 대해 지역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들은 "프러포즈존 없어서 결혼 안 하나"라면서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통해 "전국의 프러포즈존이 설치돼 있지만 사랑 고백을 위해 이곳을 찾는 젊은 연인들은 거의 없어 도심의 흉물로 변질돼 있다"면서 "대표적인 곳이 청계천 프러포즈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홍 시장은 2022년 임기 내 채무상환을 하겠다며 기금·특별회계 폐지, 보조사업 감축 등 전면조정으로 재정 건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개인의 취향대로 갑자기 도시정책을 바꾸고 예산을 들인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구시의 재정이 홍 시장의 개인적 취향과 순간적인 아이디어를 위한 개인금고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결혼 장려와 저출생 문제를 걱정한다면 프러포즈존에 들어가는 110억 원으로 현재 대구시에서 시행하는 결혼장려 프로그램 지원, 출산지원금, 양육비와 대구거주 신혼부부 전세자금 지원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110억이면 청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펼 수 있어"

시민단체들도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프러포즈존을 만드는 예산으로 청년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는 "공적 자원은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며 "공동체 해결을 위해 쓰여야 함이 마땅한데 프러포즈라는 지극히 사적 영역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110억 원을 들여 만든다는 것을 대구시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장 청년들도 반대할 것"이라고 봤다. 

박경순 대구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구 청년들은 포러포즈 할 곳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물가, 고금리로 고정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의 일자리만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혼자금은커녕 연애할 여유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전세사기 등의 문제로 청년들의 형편은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110억 원으로 청년들의 고정지출을 낮춰주거나 일자리 연구, 취업 지원, 시 차원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정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대구를 만들어 '프러포즈'만 하는 대구가 아닌 '웨딩'하고 살고 싶은 대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대구시의 이런 정책이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110억 원의 예산을 과연 여기에 써도 되는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많이 든다"면서 "홍 시장이 <퐁네프의 연인들>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데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영화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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