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에도 대북확성기 재차 보류…"예고된 훈련으로 경고"
보름 만에 재개된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도 25일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군은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별다른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도발까지 대응해 소모전을 벌이는 대신 각종 훈련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면서 대북 경고 메시지도 보내겠다는 판단이다.
이날 군 관계자는 “오늘은 확성기 방송과 관련한 대응 조치 없이 북한의 의도와 동태를 계속 주시하겠다”며 “대북 심리전 방송은 전략적ㆍ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실시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24일) 밤 살포한 오물풍선은 350여개로 이 중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 100여개가 낙하한 것으로 포착됐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이번이 5번째로 지난달 28~19일 1차, 지난 1~2일 2차, 8일 밤 3차, 9일 밤 4차에 걸쳐 관련 도발을 벌였다.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카드 논의를 이어가다 이날 오후 들어 확성기 방송을 일단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내부에선 '대응의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며 다시 확성기를 켜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9일 북한의 3차 오물풍선 살포 후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렸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이미 한 차례 대응을 절제한 적 있다는 점도 재개 불가피론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군은 지난 9~10일 북한이 네번째로 오물풍선을 보냈을 때 상황관리의 이유를 들어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여러 이유로 (이번엔) 확성기 방송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우선 북한이 이번에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피해 유발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실제 합참이 이날 수거한 오물풍선에는 안전 위해물질 없이 대부분 종이류 위주의 가벼운 쓰레기가 들어있었다. 1·2차 오물풍선에 담배꽁초나 거름의 담겨 국민 피해를 유발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행태였다.
지난 20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북한이 나름 수위를 조절해 대응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다음날(2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풍선 추가 살포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강 대 강’ 구도가 형성되면 북한 입장에서 오히려 추가 도발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라 예정된 훈련 일정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보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굳이 확성기를 켜지 않더라도 훈련을 통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육군은 이날 충남 보령 소재 웅천사격장에서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장병 190여명, 천무 7대, 대포병탐지레이더는 물론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 등 80여대의 합동 전력이 투입된 대규모 훈련이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비해 발사 원점을 초토화하는 대화력전의 핵심 전력이 천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엔 연평도·백령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포사격 훈련도 진행된다. 군 당국은 9·19 군사합의의 '전방 해상 포사격 금지 조항'에 따라 지난 6년간 중단한 서북도서에서의 대규모 포병 사격을 이 훈련을 계기로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4일 북한 오물풍선 살포 등을 이유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번 주엔 한·미·일 최초 정례 연합훈련인 '프리덤 엣지'(Freedom Edge)도 예정돼있다. 지난 22일 부산에 입항한 미 해군의 니미츠급(10만t)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3국 해상 전력이 한 데 모여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훈련에 나선다. 해당 훈련을 시작으로 한·미·일은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에지의 틀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를 여전히 유효한 대응 카드로 남겨놨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시가 떨어지면 언제라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즉각 시행할 것”이라며 “전방 전지역에 확성기 설치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이 보유한 고정형 확성기는 24개, 이동형 확성기는 16개 등 40여개로 파악된다. 지난 9일 북한의 3차 오물풍선 살포 후 6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에선 5개 미만 고정형 확성기가 2시간 가량 가동됐고, 이후 나머지 확성기에 대한 설치 작업이 이뤄졌다. 2.5t 군용 트럭에 실어 운용하는 이동형 확성기도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대비를 갖춘 상태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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