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뭡니까” “공부는 제가 더 잘했죠” 이런 법사위…
국민의힘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접고 원내에 복귀한 25일 여야는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말씨름을 벌이며 충돌했다. 위원장 쟁탈전이 벌어졌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이름이 뭐냐” “공부는 제가 더 잘했다”는 식의 안건과 무관한 발언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공식 회의장에서 나온 국회의원의 언행이라고 보기엔 수준이 낮고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사위 여당 간사로 내정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시작 전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 옆에 붙어 서서 의사일정에 대한 항의를 이어갔다. 의사일정을 정하는 데 여야 간사간 협의가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법사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며 개의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정 위원장 옆에서 “위원장님”이라고 여러 차례 불렀지만 정 위원장은 듣지 않았다. 유 의원이 계속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들어가세요”라고 제지한 뒤 “의사일정을 방해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의원은 간사간 협의를 통해 의사일정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 의결도 안 됐는데 무슨 간사인가. (지금은) 간사가 아니지 않나”라고 맞받아쳤다. 여야는 이날 안건인 ‘방송3법’ 등을 심사하기도 전에 기싸움을 벌이느라 진을 뺐다.
여야 의원들간 고성이 계속되자 정 위원장은 돌연 유 의원을 향해 이름을 물었다. 법사위 회의에 처음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직 정식으로 인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의원 :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신가요
정청래 위원장 : 저는 정청래 위원장입니다
유상범 의원 : 저는 유상범 의원입니다
정청래 위원장 : 유상범 의원 들어가주세요
유상범 의원 : 어디를 들어가요?
정청래 위원장 : 본인 자리로 들어가세요
유상범 의원 : 의사 일정은 우리가 진행해야될거 아니에요
정청래 위원장 : 본인 자리로 들어가세요. 들어가시라고. 유상범 의원님 들어가세요. 자리에 앉으세요.
유상범 의원 : 처음 만나자 마자 이게 뭡니까
정청래 위원장 : 지금 국민의힘은 지각 출석을 해서 간사 선임이 안된 상태입니다. 간사가 없어요. 간사도 아니면서 의무 없는 짓을 하면 안됩니다.
(국민의힘 의원 : 예의가 없어 이렇게!)
정청래 위원장 : 예의가 없어?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지금! 들어가세요.
유상범 의원 : 최소한에 여야 간에 간사 선임 절차를 해야될 것 아니에요
정청래 위원장 : 그러니 왜 이제 들어왔어요? 간사 선임할 때 들어와야지. 간사 선임할 때 여러분들은 없었잖아요!
여야 실랑이는 ‘공부 자랑’으로 번졌다. 정 위원장이 회의 진행의 근거로 ‘국회법’을 언급하자 유 의원이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누가 공부를 더 잘했냐’는 얘기가 나왔다.
유상범 :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정청래 : 알아서 하는겁니다. 국민의힘도 알아서 안들어왔죠?
유상범 : 국민의힘이 안들어온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정청래 : 제가 재량으로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유상범 : 어떻게 그게 다 재량입니까
정청래 : 국회법대로 합시다.
유상범 : 법대로요?
정청래 : 네.
유상범 : 그렇게 법을 좋아하세요?
정청래 : 법대로 합시다.
유상범 : (중략) 상대방 배려를 좀 하세요. 정회도 위원장님 마음대로 합니까.
정청래 : 국회법에 그렇게 돼있습니다.
유상범 : 마음대로요? 위원장 마음대로가 국회법입니까.
정청래 :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
유상범 :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어요, 국회법은?
정청래 : 잘한 분들이 이래요?
유상범 :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되죠. 상대방 그렇게 비아냥하면 되겠어요?
정청래 : (중략) 마음대로 불출석하는 것 보다는 마음대로 회의를 진행하는게 훨씬 더 좋습니다.
장경태 의원 :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했던 것을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인사가 시작됐지만 인사말에도 ‘가시’들이 숨어있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님과 동료 법사위원님 반갑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가 정식 상임위 시작하기도 전에 국민들 카메라가 지켜보는 앞에서 언성이 오가고 조금 결례되는 언행들이 오간 것은 지극히 앞으로는 지양돼야 할 그런 모습들이 아닌가 싶다”며 “제발 이런 모습이 다시는 법사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존경하고픈 우리 정청래 위원장님께서 진행을 잘해 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17대 국회 때 저에게 어떤 위원이 ‘존경하는 정청래 위원님’ 이렇게 말하길래 진짜 존경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그런데) 존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존경하는’ 이라는 말은 거짓말이기 때문에 붙이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맞받았다. 이어 “존경할 마음도 없으면 ‘존경하고픈’도 자제해 달라”며 “그런 말로 희화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존경하고픈’이라는 표현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 의원도 가세했다. 유 의원은 정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충분히 위원장님께서 생각이 있어서 말씀을 하셨겠지만, 그렇게 지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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