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입법조사처도 입장 엇갈리는 최저임금 '차등적용'…노사 공방전 가열

나상현 2024. 6. 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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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법정 심의기한(27일)을 이틀 남겨놓고 본격적인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사뿐만 아니라 한국은행과 국회입법조사처 등 주요 기관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만큼 입장차가 치열한 상황이다.

최임위는 25일 오후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찬반 여론이 극명하다 보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차등적용은 시행된 적이 없다.

25일 오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들은 최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어 특정 업종에 대해선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이날 국회 앞에서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숙박·음식업) 사업자 5곳 중 1곳이 문을 닫고 있는 만큼 노동 생산성, 지불 능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에 차등적용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 업종에 대해 낙인 찍기와 취업 기피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 어려움은 최저임금이 아닌 임대료 횡포, 높은 가맹·프랜차이즈 수수료 등 불공정거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차등적용을 놓고 주요 기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특정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하향식’ 적용이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제도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최저임금의 본질적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며 “현행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 설정을 위해선 법 개정을 통한 추가적인 근거 마련 및 충분히 설득력 있는 통계를 통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입증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한국은행에서 돌봄 업종에 하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과 사실상 반대되는 의견이다. 한은은 지난 3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인해 돌봄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데,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력을 개별 가구에서 직접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특정 업종에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상향식’ 사례가 많다. 독일은 단체협약을 통해 업종별 최저임금을 확정했더라도,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지 않으면 인정되지 않는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노사 요청으로 산업별 최저임금을 심의할 수 있지만, 이때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한다. 다만 스위스 제네바주처럼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업종별 임금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경영계는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한국의 최저임금은 (2022년 기준) 중위임금의 62.2%로, 독일(54.2%), 캐나다(50%), 일본(46.2%)보다 현저히 높다”며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상향식 최저임금 방식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도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노사공 논의를 거쳐 조만간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편의점,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대한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지만,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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