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해요" "환갑 넘어 공부 자랑 한심"…법사위 유치한 말다툼
“국회법대로 하는 겁니다.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걸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고 있어요. 한심합니다.”(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25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여야 공방 속에 민주당 주도로 방송3법(방송법ㆍ방송문화진흥회법ㆍ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됐다. 나흘 전 법사위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두 번째로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이날 법사위는 개원 후 처음으로 여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데 반발하며 상임위 참석을 거부해왔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야당 간사로 김승원 의원을 선임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로 내정된 유상범 의원은 이날 회의 개의 전 정청래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위원들)이 지금 사ㆍ보임 됐는데 간사 선임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정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법사위 열차는 정시에 출발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고, 곧바로 소란이 일었다.
▶유상범=“최소한 간사 선임 일정은 거쳐야 될 것 아닙니까?”
▶정청래=“의사일정을 방해할 경우에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유상범=“간사끼리 의사일정을 사전에 정해야 되지 않습니까?”
▶정청래=“잠깐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누구세요?”
▶유상범=“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십니까?”
▶정청래=“저는 정청래 위원장입니다.”
▶유상범=“저는 유상범 위원입니다.”
▶정청래=“유상범 위원님. 들어가세요.”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지각 출석을 해서 간사가 선임이 안 된 상태”라며 “(유 의원은) 간사도 아니면서 의무없는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그게 무슨 위원장 재량인가? 예의가 없다”고 반발하자 정 위원장이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지금”이라고 외치면서 고성이 오갔다. 3분간 정회했는데, 그러는 중에도 두 사람은 “국회법을 공부하라”(정청래),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유상범)고 언성을 높였다.
회의가 속개하자 정 위원장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방송3법은 21대 국회에 통과되지 못한 법이고, 법사위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 했으니 오늘은 의사일정에 관한 협의를 하고 추후에 논의하자”고 주장했으나, 정 위원장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도 다 때가 있다”고 반박했다. 여당 위원들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현재 참석하지 못한 정부 측을 상대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유상범 의원)고 반발했으나 정 위원장은 곧장 대체토론을 종결한 뒤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법안은 재석 위원 17명 가운데 야당 위원 11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여당은 항의하며 퇴장했다.
방송3법은 현재 9~11명인 KBSㆍMBCㆍEBS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대통령과 여야가 가진 이사 추천권을 학계와 직능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100명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를 설립해 3명 이하의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방통위 설치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방송3법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22대 개원 후인 13일 민주당이 방송3법과 방통위설치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했고, 5일 만인 18일 과방위를 통과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법사위 운영에 대해 “일사천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유독 방송법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8월로 예정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때문이라고 여긴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임기는 8월 12일에 끝난다. 그 전에 이사 추천 방식을 바꿔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헌정사상 초유의 개악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장악3법’은 소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부터 숙려기간도, 소위 절차도 생략된 절차적 하자로 가득한 꼼수 개정안”이라며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방문진과 KBS 이사진 임기가 8월에 끝나는 것에 발맞춰 이사회를 친(親)민주당 인사들로 꾸리고 영구적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개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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