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수술을 꼭 해야 하나요?” [신승호 부병원장의 척추 건강 이야기]
환자는 수술 여부를 고민하기에 앞서 일단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그다음 순서는 자신의 상태와 유사한 환자의 케이스를 치료했던 ‘빅데이터를 가진 주치의’와의 상담이다. 이때 ‘빅데이터를 가진 주치의’란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환자와 심도 있게 상의하며 비수술적 치료의 결과와 수술적 치료의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의사를 말한다. 물론 치료 결과 데이터만으로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선택할 수만은 없다. 같은 케이스의 환자라도 사람마다 컨디션이 다르고 선호도가 다르기에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디스크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비수술적인 치료부터 수술적인 치료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치료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디스크는 자가 치유되는 질환이다. 자가 치유의 범위를 벗어나 병원에 도움을 구하러 온 사람을 디스크 환자라 부른다. 하지만 언제나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도에 따라 경구 진통제나 소염제 등 약물치료로 통증이 완화되는 사람이 있지만, 주사치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으며,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디스크에서 완치의 개념은 ‘염증이 거의 사라지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 상태’로 정의된다. 즉, 기간의 개념이다. 치료 후 몇 년간 증상이 없었다면 증상이 없던 몇 년의 기간을 완치 기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디스크에 완치가 없다는 말은 영상학적으로 한번 진단된 디스크가 악화하는 모습만 보이고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증상 여부가 중요하므로 사실상 완치의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
둘째, 디스크 치료 여부는 염증과의 싸움에 달렸다. 찢어진 디스크, 돌출된 디스크, 터진 디스크, 병든 디스크는 모두 염증을 동반한다. 염증은 곧 통증이다. 반대로 통증이 있다는 건 우리 몸 어딘가에 염증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디스크는 그렇다.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소염(항염) 작용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우리 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염증 수치가 늘어난다면 외부에서 소염 작용을 할 수 있는 약물(경구제나 주사제)을 사용해야 한다. 흔히 소염제와 진통제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진통소염제는 소염제와 같은 말이라 보면 되고, 진통제는 소염 기능이 약한 소염제로 보면 된다. 디스크에는 보통 소염 기능이 강한 소염제를 쓰기 마련이다. 소염제의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간 장애, 신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사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사제를 사용했음에도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방법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 보통 염증 치료 시작 후 3개월을 골든타임으로 계획하게 되는데, 3개월 동안 염증이 충분히 조절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곧 나에게 맞는 치료법이라 볼 수 있다. 디스크를 치료하는데 3개월이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실제 급성과 만성의 경계가 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만성의 단계로 넘어가면 치료의 효과가 현저히 더딜 수 있고, 결국 증상의 고착화 내지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3개월 안에 염증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게 수술적 방법일 때 빠른 판단으로 수술을 선택하고 진행해야 한다.
허리디스크의 수술적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미세현미경 수술이다. 이는 디스크 수술법의 표준 수술이다. 염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를 제거하여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 현미경의 장점은 렌즈를 통해 3차원으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수술하는 주치의가 디스크를 입체감 있게 확인하며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디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 단점은 공기를 매질로 하기 때문에 디스크가 공기 중에 노출되어야 하므로 시야 확보를 위해 상처가 클 수 있고, 그로 인해 출혈이나 감염의 가능성이 클 수 있다. 상처가 커지는 만큼 통증이 오래갈 수 있으며 입원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단방향 혹은 양방향 내시경 수술이다. 미세현미경 수술을 대체하기 위해 단점을 보완해서 나온 최소침습 수술법이다. 디스크를 제거하는 목적은 같으며 카메라에 렌즈가 달려 수술자가 모니터를 보며 수술한다. 내시경의 장점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상처를 통해 수술하므로 수술 후 통증이 비교적 적다. 또한 물을 매질로 하여 수압에 의해 수술 중 출혈을 억제할 수 있다. 수술 내내 물에 의해 수술 부위가 세척되므로 감염 위험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입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단점은 모니터를 통해 2차원으로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입체감이 떨어질 수 있어 수술하는 의사의 경험이 충분해야 한다. 디스크를 제거하는 기구가 내시경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하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제한된다. 그로 인해 충분한 디스크 제거가 안 될 수 있으며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재발 가능성이 올라갈 수 있다.
세 번째는 고정술과 유합술이다. 고정술과 유합술은 디스크 수술 후에도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동시에 협착증이 와서 디스크 제거술로 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때 시행하는 방법이다. 터진 디스크뿐만 아니라 퇴행 된 디스크 전체를 제거하고 인공 뼈를 디스크 자리에 대신 삽입(현미경 혹은 내시경) 하고 나사못을 이용해서 고정하는 수술법으로 사실상 수술하는 마디의 영구적인 운동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이다. 한두 마디의 퇴행 된 디스크 마디를 영구 은퇴시키는 수술이며, 추후 인접 마디를 통해 운동하게 되어 인접 마디의 변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디스크 제거만 할 것인지 고정술과 유합술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는데, 이것 또한 경험 있는 척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여 선택해야 한다. 각각의 수술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고 리스크가 있는 법이다. 리스크가 없는 수술법은 존재하지 않기에 현재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절한 치료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
/기고자: 안양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 신승호 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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