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합병 후 10년, ‘EM·KM’ 화합 통해 희망 그린다
새로운 리더십 통한 새 바람, 진정한 신앙 공동체로 변화
시카고 북서부 데스플레인(Des Plaines)시. 교외의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다 보니 넓은 풀밭이 나타났고 이내 아담한 교회가 보였다. 두나미스장로교회(이성은 목사)였다. 단층 교회는 6611㎡(2000평) 넓이의 부지 한편에 자리 잡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찾은 교회는 고요했다. 평화롭기만 했을 것 같은 교회지만 긴 시간 화합을 위해 기도했던 과거가 있다. 2014년 시카고에 있던 두 교회가 ‘세광참길교회’로 통합한 뒤의 일이었다.
10년 전 두 교회의 합병
2013년 참길교회는 예배당을 매각한 뒤 새 예배 처소를 찾고 있었고 세광교회는 담임목사가 선교지로 떠나면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다.
노회는 예배당과 담임목사가 각각 없던 두 교회의 상황을 보고 조심스레 합병을 제안했다. 결국 서로 16㎞ 정도 떨어져 있던 교회는 한 지붕 아래 모였다. 하지만 합병 후 완전히 하나 되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다.
2019년 교회 이름을 ‘권능’을 의미하는 헬라어 두나미스로 바꾼 것도 하나 됨을 꿈꾼 교인들의 바람이 담긴 결과다. 이성은(53) 목사가 부임한 건 이듬해 8월이었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 교회에 온 이 목사도 낯선 기류를 느꼈다고 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그간 교회가 걸어온 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목사는 “교회 합병 후 6년이란 시간이 흘러 부임했지만 여전히 ‘어느 교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남아 있었다”면서 “그중 한국의 대학·청년부라고 할 수 있는 영어 공동체인 ‘EM’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장년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어울리지 못했고 당회도 화합을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EM(English Ministry·영어 목회)은 영어가 익숙한 한인교회 2·3세를 위한 목양 공동체다. 80년대 말부터 한인교회에 EM이 설치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어가 편한 장년 교인이 모이는 KM(Korean ministry)과 함께 한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어·영어’, 묘한 긴장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가 한 지붕 아래 있다 보니 때로는 긴장이 빚어지기도 한다. 장년과 청년 세대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회와도 흡사 비슷한 부분이다.
마침 EM 목회자가 사임하면서 EM 내부에서 새 리더십 청빙을 당회에 요청했다. 당회는 교회의 여러 리더들과 함께 전임 목회자를 청빙했다. 이 과정을 거쳐 리처드 김 전도사가 EM을 맡았다. 시카고의 한 로펌 변호사였지만 무디신학교에서 교역학석사(M.Div.)를 마친 뒤 변호사 자격을 반납하고 목회에 집중하기로 한 열정적인 사역자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중·고등부에도 헬렌 장 전도사가 부임하면서 ‘두나미스’만의 교역자 라인업이 완성됐다.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한 EM 공동체는 어느새 KM 공동체와 곳곳에서 만나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연합 후 긴 시간 동안 ‘어느 교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교회 안에 있었지만 이제는 100여명의 교인 모두 ‘두나미스 소속’이 된 것도 ‘EM발 변화’였다.
리더십 교체 ‘EM발 변화’
지난해 이 목사 부임 후 처음으로 전교인 가족 수양회를 열었는데 KM과 EM이 행사 준비부터 진행 등을 함께하며 그간의 이질감을 털어버렸다. 심지어 EM 공동체의 제안으로 2년마다 열던 수양회를 해마다 열기로 했다. 올 5월 수양회는 EM이 모든 준비를 맡아 했다.
두나미스교회가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면서 창립 10주년을 맞은 비결은 뭘까.
이 목사는 “새로운 교역자들이 부임하면서 교역자 사이에서 먼저 새 바람이 불었고 당회도 힘을 실어주면서 교회 공동체 모두 진정한 화합의 기쁨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도사도 “겉돌던 EM 구성원들에게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설명하고 두나미스 안에서 화합하는 게 유익하다는 걸 거듭 강조하며 교회와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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