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신약, 어디까지 왔을까 [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루게릭병(ALS)은 발병률에 비하여 꽤 많은 임상시험이 이루어지는 관심 받는 희귀질환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치료제는 증상 완화에 그치고 있다. 2022년 필자가 관련 내용을 작성했을 당시보다도 다양한 임상시험이 추가되었다.
이번에는 현재 개발 중인, 한국을 넘나드는 다양한 루게릭병 치료제들의 임상시험 현황과 그 결과를 정리해 본다. 너무나 많은 신약 임상시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해결사라고 할만한 약물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다. 릴루졸, 라디컷(에다라본)도 어느덧 액상 약물로 접근이 가능해졌다. 약물의 변화는 계속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릴리브리오(Relivrio /Albrioza)
릴리브리오(Relivrio)는 2022년 캐나다 보건부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페닐부틸산나트륨·우르소독시콜타우린성분을 가지고 가속승인을 받았으나, 최근 확증임상에서 실패하여 시장 철수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해 이 약물에 대한 허가를 반려한 바 있다. 이제는 관심에서 내려두자.
토퍼슨(Tofersen/CalSodi)
국내에서는 토퍼슨으로 더 잘 알려진 칼소디 (CalSodi)는 SOD1 유전자 변이를 가진 ALS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약물로, 2023년 미국에서 가속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주요 효능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병원 일부에서 임상시험 참여자들이 진행하는 상태로 ALSFRS-R(ALS 기능평가척도의 수치)가 방어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뚜렷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로나타-알주(NeuroNata-R)
국내 코아스템켐온이 개발한 뉴로나타-알주는 중간엽줄기세포 기반 재생 치료제로, 현재 미국에서 리루졸과 병용하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24년 상반기에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약물은 운동신경세포를 보호하며,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있다. 다만 이 역시 줄기세포 치료의 반복 시행에도 증상 악화가 뚜렷한 환자군이 관찰되고 환자들에 따라서는 시행 전후 훨씬 더 악화하였다는 부류도 존재한다. 현재 2차례 줄기세포 시술에서 빈도를 높여 5차례 이상의 프로토콜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BIIB105
BIIB105는 TDP-43 단백질 클러스터를 감소시키는 약물로, 현재 미국에서 Phase 1/2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ALS 환자에서 세포 사멸을 예방하고 독성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로 3년 이상의 경과 관찰을 요한다.
SPG302
SPG302는 시냅스 재생을 목표로 하는 일일 복용 약물로, 현재 Phase 2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신경 세포 간의 통신 복구를 목표로 하며, 초기 시험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마찬가지로 3년 이상의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요한다.
AMT-162
네덜란드 유니큐어가 개발 중인 AMT-162는 단회 투여로 완치를 목표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1/2상 진입 절차가 진행 중이다.
AMX0114 (아밀릭스 신약)
아밀릭스가 개발 중인 AMX0114는 칼파인-2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아밀릭스)에서는 AMX0035 신약을 통하여 FDA 조건부 승인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약물은 기존 약제를 넘어 새로운 칼슘 의존성 프로테아제인 칼파인-2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여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시작인 만큼 5년 이상의 시간을 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WVE-004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 신약)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의 WVE-004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후보물질로, 임상 1b/2a상에서 임상적 이점을 보이지 못하여 파이프라인에서 폐기되었다.
페그세타코플란 (Syfovre)
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의 페그세타코플란은 보체인자 C3 억제제로, ALS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MERIDIAN) 연구가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연구가 중단되었다. 이 약물은 황반변성(AMD)에 따른 지도형 위축(GA)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나, ALS 임상시험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보술리프 (Bosutinib)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를 활용해 개발한 보술리프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물이다. 2022년부터 루게릭병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실시한 결과, 절반가량의 환자에서 운동기능 장애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보술리프가 루게릭병 치료제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ION363 (Ulefnersen)
IONIS의 ION363은 FUS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이다. ION363은 육종 융합(FUS) 단백질의 돌연변이 된 신경독성 형태의 생성을 감소시키도록 설계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로 ION363은 척추강내 주사로 전달한다. 현재 미국 여러 주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분석 결과에는 삶의 질, 폐 및 근육 기능, 생존, CSF 바이오마커 신경필라멘트 경쇄의 변화가 포함되며 북미, 유럽, 영국, 대만, 한국의 24개 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은 2026년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마스티닙(Masitinib)
AB Sciences의 마스티닙은 리루졸과 함께 고용량, 저용량, 플라세보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임상시험이다. 현재 여러 주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마스티닙은 원래 암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로 분류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세포 성숙, 성장, 사멸을 포함한 여러 세포 과정에 포함한 여러 세포 과정에 중요한 단백질 그룹인 티로신키나제를 차단작용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ALS 임상 시험에서 경구 투여된 필름 코팅 정제 형태로 제공되며 이 약은 하루 3~6mg/kg 범위의 용량으로 테스트 되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3상 시험에서는 495명의 성인에게 일일 복용량 4.5~6mg/kg으로 조사하고 있다. 마시티닙은 승인된 ALS 치료제인 Rilutek (릴루졸) 에 대한 추가요법으로 투여되었다.
이부딜라스트(Ibudilast)
MediciNova의 이부딜라스트는 ALS 환자를 대상으로 50% 플라세보 그룹과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 여러 주에서 임상 2b/3상이 진행 중이다. 이부딜라스트는 원래 일본에서 혈행개선제와 뇌졸중 후유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최근에는 신경염증 억제제로서의 가능성 때문에 ALS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단독으로는 ALS환자의 신경교 활성화를 감소시키지 못하나 릴루졸과의 병용요법에서 ALSFRS-R 점수를 유지하거나 중간 정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Rapa-501
Rapa Therapeutics의 Rapa-501은 자가 T 세포를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현재 여러 주에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EDTA-Ca
킬레이션 치료제로 알려진 해독 주사제이다. 환자들의 중금속 수치가 유독 높게 나오는 집단에서 해당 주사제의 사용은 환자의 피로감, 증상 진행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킬레이션 주사제 사용 이후 혈중 금속 농도의 상승에 따른 피로감은 루게릭 환자들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근력 약화로 오인할 만큼 심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해당 주사제의 다양한 투여 방식이 연구 중이다.
참으로 많은 약이 개발되고 있으나 완전한 게임 체인저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정말 다양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다양한 유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는 질환이기에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들의 병리기전 발생을 고려할 때, 부분을 치료하기에 급급한 방식의 약물보다는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어 전체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으로 ALS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엔 오히려 환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한 항산화제와 영양제의 조합도 무시 못하는 중요한 임상 도구가 되고 있다. 다음 기회에는 현재 한국의 환자들이 선택할 만한 영양제의 조합에 대해서 후속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언젠가는 완치약이 만들어지는 어느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기고자: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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