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드럼통 살인사건 공범 "난 범행 말렸어"...유족 “거짓 진술에 화가 나”

안대훈 2024. 6.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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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납치·살인 사건의 공범 중 1명인 2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오히려 ‘범행을 말리고 구호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피해자 유족은 “거짓 진술”이라며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공범을 송환하고 가해자 모두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 “금품 노린 범행…피고인 범행 공모”


태국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3인조 중 국내에서 체포된 A씨(가운데)가 지난달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지법 제4형사부(김인택 부장판사)는 25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6)의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지난달 초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공범 2명과 함께 30대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 7일 재판에 넘겨졌다. 공범인 B씨(20대)는 지난달 17일 캄보디아에서 검거됐지만, 달아난 C씨(30대)는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지난달 3일 태국 현지에서 공범 2명과 함께 피해자를 차에 납치했다. B씨가 저항하는 피해자 목을 조르고 C씨가 주먹으로 폭행하는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의 팔·다리를 잡는 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호흡 곤란 등으로 결국 사망했다. 이후 이들 일당은 피해자 시신을 드럼통에 밀봉한 뒤 저수지에 유기했다.

검찰은 A씨가 공범인 B·C씨와 함께 범행 장소를 사전에 물색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A씨는 고향 선후배 사이인 B씨에게 ‘돈을 벌어보자’는 권유를 받고 지난 3월 8일 태국에 입국했다. B·C씨는 태국 등지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수익이 여의치 않자 한국인 관광객의 금품을 노리고 A씨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 언론이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하고 파타야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했다. 사진 더 네이션 캡처

실제 이들은 관광객이 자주 이용하는 오픈채팅방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 클럽에서 만난 피해자에게 약물을 탄 술을 먹이고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 피해자 휴대전화로 총 370만원을 특정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 “현장 있었던 건 사실…하지만 범행 말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강도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를 부인한다”며 “범행 공모나 살해 행위에 일절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피고인도 (공범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면서도 “(차 안에서) 피고인은 공범들을 말렸고, 피해자 상태가 이상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응급 구호조치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 시신을 저수지에 은닉할 때 피고인은 동행하지 않았다”며 “시신을 (드럼통에) 밀봉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것은 나머지 2명이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 측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피고인의 진술 조서 등 여러 증거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고인의 심정 변화나 기억 왜곡 등으로 진술이 모순되거나 오락가락한 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거짓 진술…공범 국내 송환해야”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누나)이 25일 창원지법에서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첫 공판을 방청한 피해자 유족은 “끝까지 반성이 없고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숨진 피해자의 누나는 ‘범행 당시 구호 조치를 했다’는 A씨 주장을 “거짓 진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대형 로펌 변호사 10명을 선임하고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죄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만 반복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앞서 지난 21일 법원에 엄벌탄원서도 제출했다.

특히 피해자 누나는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힌 B씨의 국내 송환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누나는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공범들 간) 진술을 크로스 체크하면서 사실관계 확인 후 재판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또한 누나는 수사당국에 아직 검거되지 않은 C씨의 공개수배도 촉구했다. “가능하면 현상금이라고 걸고 싶다”(누나)는 게 유족 측 심정이다. 실제 누나는 “가해자가 동생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가족 정보를 다 아는 상황”이라며 “두려운 마음에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잔다. 가족들도 일상생활이 어렵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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