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협상 결렬 아쉽네…르나르, 올림픽 직후 프랑스 女 대표팀 감독 사임 '확정'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대한축구협회와 대화를 진행하다가 마무리 짓지 못했던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회 직후 팀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찾는다.
르나르 감독이 25일(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여자 축구 대표팀 예비 명단을 발표하면서 대회 이후 자신은 팀을 떠난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르나르 감독이 직접 자신이 여자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그는 올림픽 예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이후 여자 대표팀을 떠나는 것에 대해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일 것이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다 보면, 가끔 정말 멈춘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엄청난 기쁨이 오고 모두가 이 팀을 떠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는 나의 열한 번째 국제 대회가 될 것이다. 경험은 더 이상 놀랄 게 없다는 의미다. 약간의 감정이 없진 않을 것이다.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 자랑스럽고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르나르가 파리 올림픽 직후 물러나는 것이 재차 확인되면서 현재 대표팀 감독이 공석인 여러 국가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일랜드를 비롯해 나이지리아도 르나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아프리카 전문 매체인 악트푸 풋 아프리크는 "나이지리아 축구연맹이 나이지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다음 감독으로 르나르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1968년생 르나르 감독은 은퇴 이후 다양한 팀에서 감독 커리어를 쌓았다. LOSC 릴처럼 클럽을 지도하기도 했으나, 잠비아,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모로코 등 다수의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경력이 눈에 띈다.
르나르 감독은 팬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의 감독으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르나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이끌고 조별리그 1차전에서 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해 오는 2030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월드컵에서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후 폴란드와 멕시코에 연달아 패해 16강행에 실패했다. 르나르 감독도 사우디를 떠나 새 행선지를 모색하더니 최근 세계 정상권인 프랑스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아 자국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이다.
르나르 감독은 지난해 여름 프랑스 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8강까지 올랐으나 호주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이번엔 조국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르나르 감독은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벌써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는 2026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전처럼 다시 남자 대표팀을 맡아 생애 3번째 월드컵에 서고 싶은 마음이다.
르나르 감독은 또 다른 프랑스 유력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계약이 끝나면 남자 축구대표팀으로 복귀할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르나르 감독은 지난 1월 프랑스축구연맹에 파리 올림픽 이후 대표팀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현재 대표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고 했다.
르나르 감독은 "언젠가는 떠나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우리 구성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2026년 월드컵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내가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하는 세 번째 월드컵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한국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물러난 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반년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르나르 역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와 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력강화위원회 대표단과 아쉽게 제대로 된 협상을 하지 못하면서 르나르는 사실상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군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한국은 이후에도 제시 마쉬 현 캐나다 축구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축구 대표팀 감독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로 결렬됐다.
현재 전력강화위원회는 열 번째 회의를 통해 재차 최종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전력강화위는 21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제10차 회의를 진행했다. 18일 진행된 제9차 회의 이후 사흘 만에 다시 모인 위원들은 16명의 후보를 두고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력강화위는 이달 A매치 직후 열린 회의에서 12명의 후보군을 추린 바 있다.
그런데 제9차 회의를 앞두고 4명의 후보로부터 추가로 제안서가 오자 이들까지 더한 16명 모두에 대해 제9차 회의에서 경기 영상 분석 등 평가 작업을 했다. 제9차 회의가 5시간 동안이나 길게 진행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새로운 후보군이 추려졌고 르나르 감독이 다시 후보군에 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좋은 외국인 감독은 축구협회의 재정적 여건이 따르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감독들은 경력이 성에 안 차는 상황이다.
결국 전력강화위의 시선은 국내 지도자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애초 차기 사령탑에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 결국은 '지도력'이지 '국적'은 아니지 않느냐는 게 현재 전력강화위의 기류다. 그런 가운데 대표팀과 국제대회 경험이 매우 많은 르나르와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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