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서로를 감시하는 재혼 부부, 오은영의 일침
[이준목 기자]
부부가 서로를 나란히 아동학대로 신고한 데 이어, CCTV로 감시까지 한다는 한 재혼부부의 충격적인 사연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6월 24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너와 나의 CCTV, 맞불부부'편이 그려졌다.
▲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관련 이미지. |
ⓒ MBC |
김우현-박미라 부부는 결혼 4년차로 한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가정을 이룬 재혼부부였다. 두 사람은 첫 번째 결혼을 통하여 남편이 2명, 아내가 1명의 아이가 있는 상태였고, 재혼 후 새로 얻은 아이까지 총 네 자녀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아내의 큰딸은 가출했고, 남편의 두 아들은 시댁에서 데려가 키우고 있어서 막내를 제외한 자녀들이 흩어져서 따로 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하여 용기내어 재혼을 결심했던 부부는, 현재 육아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심각한 불화로 치달으면서 서로를 극도로 불신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아이들 아빠로서의 도리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남편은 "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서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보안업체에서 CCTV 설치 기사로 근무하는 남편은, 일을 하고 들어와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퇴근 후 귀가해도 집안일과 육아에는 다소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아내가 불만을 토로하자 남편은 아내도 육아를 잘하지 못한다고 반박하며, 서로가 본인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상대의 부족함만을 들추는 데만 집중했다.
부부의 집에는 자녀들 외에 두 명의 조카들도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아내 남동생의 두 아이는 가정사로 인하여 현재 엄마가 없는 상태라고. 아빠인 남동생이 출근하면 아이들을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다보니, 어른들의 상호 동의하에 고모인 부부의 집에 조카들을 맡기기로 한 것.
그런데 조카들 역시 아직 돌봄을 받아야할 어린 나이임에도, 오히려 부부의 집안에서는 사촌동생인 막내의 육아를 돕고 있었다. 이에 아내는 "조카들이 아이를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남편은 "아내가 육아 도움을 받아 일손을 덜기 위하여 조카를 부른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심각한 표정이 된 오은영은 집중하여 아이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했다.
또한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었던 중학교 3학년생 첫째 딸은, 엄마와의 불화로 가출하여 현재 한 복지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첫째 딸이 여러번 가출과 비행을 반복한 이유는, 바로 육아와 집안일에 대한 엄마의 과도한 요구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한다.
남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첫째 딸은 "내가 식모냐? 가정부냐?"라고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아무 걱정없이 생각없이, 그냥 놀고 싶다"는 속내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 아내는 "내 딸이 가출할 거라고 생각을 못해봤다"고 딸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부부는 현재 집안에 각자 서로를 감시하기 위한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 이유로 부부는 서로가 자녀들에게 '아동학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부가 서로를 아동학대로 연이어 경찰에 신고한 일까지 있었다고.
지켜보던 오은영은 상담 초반부터 굳은 표정으로 "부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종류가 너무 많고, 수위도 너무 높다. 문제를 이야기하면 부부가 받아들이고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사실 부부의 상담을 반대했었다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관련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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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오은영은 결국 상담을 받아들인 이유는 부부 뒤에 있는 "여섯 명의 아이 때문"이었다고 밝히며 "부부는 방송에서 안 만나면 저와 인연이 없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넘어갈 수 없었다. 아이들을 구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두 분을 모셨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아내는 여전히 남편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제공한 CCTV 증거영상을 지켜본 오은영과 패널들은 모두, 아기를 돌보는 남편의 행동이 아동학대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아내의 아동학대 신고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그제야 아내도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당신을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뇌리에 심어주고 싶었다. 어떻게든 이 사람을 신고하고 싶다"며 진짜 의도를 실토했다. 이에 남편도 아내가 육아를 하면서 거친 언행을 했던 부분을 거론하며 아동학대로 맞신고를 했던 것.
오은영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는 부부를 향하여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 부부의 주장대로 서로 아동학대가 맞다면 가해자와 아이를 분리시켜야한다. 아이와 엄마 아빠와 모두 분리되는 상황인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가출한 첫째 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딸에 대해서도 그저 서운함과 분노만 드러내는 아내에게 오은영은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걸 깨닫게 해주려고 자식을 주는 것이다. 때로는 속을 썩일 때도 있지만, 자식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하물며 미성년자 자녀"라고 일깨워줬다.
이어 오은영은 "딸 역시 엄마 때문에 실망스럽고 힘든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아이가 왜 그러는지 물어보셨나. 한번이라도 진지하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신적이 있나"라고 엄마로서 딸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주고 있었는지 아픈 질문을 던졌다.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아내는 "없었다"고 고백하며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한편 이 부부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부부는 둘다 생활패턴이 불규칙했고, 남편은 직장 근무로 인한 피로, 아내는 수면장애로 인한 과도한 음주 등의 이유로 저마다 육아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나마 오후 육아는 조카들에게 떠넘기고 저녁은 외식으로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결국 애꿎은 아이들에게 되돌아가고 있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적절한 영양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추지 못하여 건강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부부의 상황에 지켜보던 오은영과 패널들도 잠시 할말을 잃었다.
고민하던 오은영은 특히 막내에 대하여 "아이가 유아기에 필요한 발달자극이 부족하다. 그나마 엄마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길지만 아이에게 양질의 자극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두 분은 부모로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고쳐야 한다"고 냉철한 진단을 내렸다.
부부의 또다른 갈등 요소는 육아관의 차이였다. 재혼을 하면서 아내는 남편의 두 아들에 대한 훈육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자립심이 중요하다는 아내는 남편의 아이들이 산만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녀들에게 했던 것처럼 엄격하게 훈육하려고 했다. 하지만 숙제를 못하면 잠을 재우지 않는다는 등 수단이 거칠고 가혹했다. 이로 인하여 심지어 학교 선생님에게 아내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최종적으로는 무혐의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남편의 두 아이들은 결국 시댁에서 데려가 따로 살게됐다. 아내는 자신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게 남편이라고 의심하며 결국 복수심에 CCTV까지 설치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남편은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인하여 정작 막내에게는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쏟지 못하고 다소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 역시 남편이 아이들을 다시 데려와 함께 살고싶어 한다는 바람을 알고 있었지만 남편의 자녀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외면했다.
부부 위한 힐링 리포트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가장 먼저 부부가 설치한 CCTV를 모두 수거할 것을 제안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에 대한 미움을 소통을 통하여 없애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부의 일상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가정용 홈캠을 설치하여 아이에 관하여 의논하고 대화하는데 더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어린 막내 자녀는 건강한 상호발달작용을 습득하기 위하여 어린이집에 보낼 것을 제안했다.
또한 오은영은 집안에서는 철저한 금주와 금연을 준수하고, 부부상담과 별개로 애프터 육아상담을 지속해서 받을 것을 제안했다. 이어 부부를 위하여 오은영이 직접 제작한 '힐링리포트 26계명'을 선물하며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게 하라고 조언했다.
아내는 큰 딸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엄마가 많이 미안하고, 곧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치고 오은영은 부부를 따뜻하게 포옹해주며 새출발을 응원했다. 방송은 부부가 지역 상담센터에서 육아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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