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위 하루 8시간 훈련... "난 행복한 사람, 우승 목표"

김채은 2024. 6.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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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웨이 블루휠스 휠체어농구단 오동석 선수

[김채은 기자]

지난 10일, 제20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 결승 경기가 치러졌다. 코웨이 블루휠스는 춘천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60점을 얻으며 4전 전승으로 남성 1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주역은 오동석 선수였다. 오 선수는 공을 잡으면 타팀 선수가 막아서더라도 부딪혀서 뚫어냈다.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지면 아무리 먼 거리여도 골 네트에 공이 통과했다. 오 선수가 교체돼 경기에 투입되면 그 즉시 경기 순환이 빨라졌다. 

경기 내내 코트 위에서 활약한 그는 10점을 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우승 후인 17일 오후, 오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오 선수는 20년 전인 2004년부터 농구단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지인의 권유로 휠체어농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오 선수의 움직임은 과감하고 정확했다. 

그의 포지션은 '슈팅가드(코트 내에서 장거리에서 슛을 하여 점수를 얻는 역할)'다. 

오 선수는 "아무래도 체격 조건이 부족해, 상대편을 돌파하는데 불리하기 때문에 슈터로서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3점 라인이나 외곽에서 장거리 슛의 정확도와 슛감을 높이기 위해 훈련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을 가진 오 선수는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매일 5시간의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3시간의 팀 훈련도 병행해, 하루에 8시간을 운동하는 셈이다. 그는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과감히 슛을 넣기 위해 일상에서 정신력을 가다듬기 위해 마인트 컨트롤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코웨이 블루휠스 오동석선수
ⓒ 코웨이블루휠스
 
경기 전 오 선수의 다짐 "한 골이라도 더 넣자"

이날 경기가 시작 되기 전, 오 선수는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무슨 다짐을 했을까. 

"어떤 경기든지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늘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한 골이라도 더 넣자',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자기 암시를 하며 경기장에 올라가요. 그리고 같이 경기하는 동료들의 컨디션들을 많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매 경기 패스나 호흡이 잘 맞는 경기도 있고 때로는 잘 안 풀리는 경기들도 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는 움직임이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 많은 패스를 하고 좋은 플레이를 해야겠다는 개인적인 전략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경기 중 선수들이 휠체어에서 낙상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보였다. 관중석에서는 우려의 탄식이 흘러나오고 응원의 박수가 터졌다. 경기 중 낙상사고 위협에 대해 두려움은 없을까. 

"경기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휠체어가 충돌하고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것에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공수전환이 빠르고 몸이 아닌 휠체어로 부딪치는 상황이 많아 휠체어 농구에서 넘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경기 흐름입니다. 대신 안전벨트로 단단히 고정하고 있어 휠체어에서 떨어지거나 크게 부상을 입진 않죠. 유도에서 낙법을 쓰듯 넘어지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어 크게 다치는 일은 없어요." 
 
 코웨이 블루휠스 연습 사진_오동석 선수가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 코웨이블루휠스
 
좋아하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아 '행운'

2010년 서울시청에서 휠체어 농구단을 창단하며 이적한 오 선수는 코웨이 블루휠스가 시청팀을 승계해 코웨이 선수단 소속이 됐다. 코웨이는 지난 2022년 휠체어 농구 활성화와 장기적 발전을 위해 농구단을 창단했다. 국내 휠체어 농구 실업팀 중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팀이다. 

오 선수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얻기도 했다.  2014년에는 세계 선수권 휠체어 농구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었으며, 2021년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리그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오 선수는 "비인기 종목의 운동선수, 특히 장애인 스포츠 선수에게 실업팀에 소속돼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건 힘든 기회"라고 설명했다. 

오 선수는 "현재 휠체어농구 리그 실업팀 중 민간기업에서 운영·지원을 받는 팀은 코웨이 블루휠스가 유일하다"라며 "구단의 안정적인 지원 속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소속 기업이 있다는데 큰 자긍심을 갖는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라고 밝혔다.  

본격적 시즌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이번 시즌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난해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받은 해였어요. 올해는 준비를 많이 한만큼 열심히 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하고 리그 기록도 갱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시즌 챔피언전 우승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코웨이 블루휠스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연중 휠체어농구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인 2024년 KWBL 휠체어농구리그가 오는 28일부터 시작된다. 4개월에 걸쳐 리그가 진행되고 올해 챔피언 전까지 진행 될 예정이다. 코웨이 블루휠스 휠체어농구단 김영무 감독도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와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코웨이 블루휠스 감독으로서 시즌 챔피언전까지 우승을 이뤄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 대회 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마지막까지 기록을 유지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스포츠 선수이자 감독으로 더 많은 분들이 휠체어농구,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을 갖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실제로 휠체어농구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역동성과 빠른 전개에 흠뻑 빠집니다. 이런 휠체어농구의 매력을 더 많은 분들이 느끼실 수 있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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