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쥐어짜내던 이 남자, 900억 돈벼락 맞는다…무슨 일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만화가 '기안84'에게 직접 원고를 독촉했던 실무자 출신의 김준구 대표는 스톡옵션에 현금 보너스를 합쳐 900억원 상당의 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 (현지시간) 공모가를 확정하고, 27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시한 주식 공모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18∼21달러다. 지난 17일부터 투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26일 확정 공모가를 발표한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 상단인 21달러로 확정되면,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는 26억7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경우 김준구 대표는 약 3448만달러(479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장이 완료되면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받는다. 또 다음달에는 현금 보너스 3000만달러(416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총 900억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상장 이후 김 대표가 주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주가가 오른다면 금전적 보상도 그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김 대표는 2004년 네이버에 검색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20년 만에 평사원에서 자회사 대표로 올라섰다. 웹툰 사업부에 자원해 네이버웹툰을 사업 초창기부터 담당했다. 원고료 계약,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PPS(파트너스 프로핏 쉐어) 등 지금의 웹툰 체계의 기반을 다졌다.
2014년부터 영어·일본어·태국어·프랑스어 등 10개 언어로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했다. 네이버웹툰을 디딤돌 삼아 한국 웹툰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발돋움했고, 그 중심에 김 대표가 있었다.
유튜버이자 웹툰 작가인 이말년은 김준구 대표에 대해 "작가들을 참기름 짜듯이 쥐어짜 만화를 그리게 하는 장본인"이라며 "평상시엔 온화하나 만화 한 주 '빵꾸'나면 악마로 돌변한다. 기안84의 천적"이라고 평가를 하기도 했다.
기안84는 한 예능프로에서 김준구 대표로 받은 원고 독촉을 떠올리면서 "준구 형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렇게 못 살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EC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미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의 만화 창작자가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 세계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다"고 웹툰 산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지난 3월 기준 1억 700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15%(2470만명)이다. 일본과 북미 등 해외 독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
네이버웹툰은 IP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대하겠다며 '아시아의 디즈니'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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