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쥐어짜내던 이 남자, 900억 돈벼락 맞는다…무슨 일

이해준 2024. 6. 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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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미국 등 북미 콘텐트 시장 공략을 위해 머리를 염색하고 다녔다. 사진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만화가 '기안84'에게 직접 원고를 독촉했던 실무자 출신의 김준구 대표는 스톡옵션에 현금 보너스를 합쳐 900억원 상당의 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 (현지시간) 공모가를 확정하고, 27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시한 주식 공모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18∼21달러다. 지난 17일부터 투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26일 확정 공모가를 발표한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 상단인 21달러로 확정되면,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는 26억7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경우 김준구 대표는 약 3448만달러(479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장이 완료되면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받는다. 또 다음달에는 현금 보너스 3000만달러(416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총 900억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상장 이후 김 대표가 주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주가가 오른다면 금전적 보상도 그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웹툰작가 이말년이 김준구 대표를 소재로 그린 만평. 사진 인터넷 캡처


김 대표는 2004년 네이버에 검색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20년 만에 평사원에서 자회사 대표로 올라섰다. 웹툰 사업부에 자원해 네이버웹툰을 사업 초창기부터 담당했다. 원고료 계약,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PPS(파트너스 프로핏 쉐어) 등 지금의 웹툰 체계의 기반을 다졌다.

2014년부터 영어·일본어·태국어·프랑스어 등 10개 언어로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했다. 네이버웹툰을 디딤돌 삼아 한국 웹툰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발돋움했고, 그 중심에 김 대표가 있었다.

유튜버이자 웹툰 작가인 이말년은 김준구 대표에 대해 "작가들을 참기름 짜듯이 쥐어짜 만화를 그리게 하는 장본인"이라며 "평상시엔 온화하나 만화 한 주 '빵꾸'나면 악마로 돌변한다. 기안84의 천적"이라고 평가를 하기도 했다.

기안84는 한 예능프로에서 김준구 대표로 받은 원고 독촉을 떠올리면서 "준구 형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렇게 못 살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EC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미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의 만화 창작자가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 세계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다"고 웹툰 산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방송인 기안84가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10주년 기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2.4/뉴스1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지난 3월 기준 1억 700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15%(2470만명)이다. 일본과 북미 등 해외 독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

네이버웹툰은 IP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대하겠다며 '아시아의 디즈니'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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