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변호사 "국방장관 '꼼수 훈령', 제 발등 찍었다"
[김도균 기자]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 유성호 |
"국방부 장관이 꼼수를 쓰려고 만든 훈령이 오히려 국방부 장관 스스로 제 발등을 찍어 이제는 직권남용으로 책임을 지게 생겼다."
채 상병 소속 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25일 기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채 상병 사건을 복기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모두 '윈윈(win-win)'하고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책임은 경북경찰청에서 판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군 의문사는 군의 업보였다"라면서 "그래서 국민은 헌법 제1조에 의해 군사법원법 개정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군사법원법 제2조가 개정된 후 3대 범죄 즉, ▲성 관련 사건 ▲사망사건 중 그 원인에 범죄 의심이 되는 경우 ▲입대 전 사건은 지난 2022년 7월 1일부터 경찰에 수사권한 자체를 이양하게 됐다.
김 변호사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군사법원법 개정작업에 참여해 겉으로는 주권자의 의사에 반할 수 없으므로 '군의 입장은 찬성'이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꼼수를 펼 다른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군사법원법이 개정되어 이제는 민간법원이 관할권을 가지는 군 내 범죄에 관해서도 군 수뇌부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로 만들어 놓은 장치가 바로 경찰로 사건을 이첩할 때 '인지통보서' 양식에 따라 넘기도록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군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변사사건 처리 지침'에 따라 '원인(死因)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와 '원인(死因)은 밝혀졌으나 그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군사경찰)의 독자적 조사 권한의 영역이고, 이때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 인정된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채 상병 사건 같이 '원인(死因)도 밝혀지고 그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는 개정된 군사법원법 제2조에 따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해야 하고, 이때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면서 "국방장관에게 결재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사망 원인을 조사해 8명에게 '공동과실'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 결론에 따라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란 규정'(대통령령) 제7조에 따라 "지체없이" 이첩 의무가 있었다.
따라서 사전에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대로 별도 양식 없이 임 전 사단장 등 관련자 진술서와 진술조서, 관련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지체 없이 이첩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첩 방식과 관련해 '인지통보서'에 "피의자, 죄명, 범죄사실" 등을 작성하여 이첩하라고 한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국방부 장관 명령) 제7조가 문제가 됐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돌연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태도를 바꾼 직후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전화를 걸어와 "수사기록에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다 빼라"고 했으며, 자신은 이를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 법무관리관은 "'혐의자나 혐의 사실을 빼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고, '사실 관계만 정리해 경찰에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며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설명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를 반영할 때 그렇게 사건을 이첩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군사경찰의 조사가 민간 경찰의 수사결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채 상병 사건의 경우 군사경찰에는 수사권이 없고, 조사기록 역시 경찰에 의견제시를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속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요약해 보면 어떤 형식으로 경찰에 기록을 넘기든 경찰 수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왜 군사법원법 개정과정에 참여했던 유 법무관리관은 '인지통보서'에 "피의자, 죄명, 범죄사실"을 적시하도록 한 국방부 장관 훈령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면 왜 구태여 인지통보서 양식을 국방부 장관 훈령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
무엇보다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다시 들여다 본 국방부 조사본부 역시 사실관계만 넣어서 이첩한 것이 아니라 혐의자 2명을 특정해 경찰로 이첩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 의견 역시 임 전 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혐의자 2명만 특정한 상태에서의 이첩이어서 유 법무관리관의 설명은 '자가당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본래는 이 꼼수인 인지통보서 작성 전후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관의 영향력을 작동시키고자 이 훈령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인지통보서를 작성하다 보면, 해병대 수사단에 이 사건 수사권이 없는데, 수사를 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국방부 장관이 이 사달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 권한이 없는 채 상병 사건에서 이종섭 전 장관이 결재를 한 것은 법적으로는 인지통보서에 기재된 8명의 피의자·죄명·범죄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였는데, 갑자기 인지통보서에 적시된 8명 중 2명만 보내고 나머지는 빼라고 한 것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미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유가족에게 이종섭 전 장관에게 결재 받은 내용으로 설명을 다 마친 상태였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가 모두 책임질 수 없다고 함께 고민했던 모양"이라면서 "그런데 나중에 해병대 사령관은 쏙 빠지고 이 모든 책임을 박 대령에게 지라고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인지통보서' 훈령이 없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꼼수를 쓰려고 만든 훈령에 국방부 장관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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