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시대가 요구하는 美 대선 토론

2024. 6. 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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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에게 있어서 토론은 위험하고, 그 이유는 분명하다. 잃을 것은 많고, 얻을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960년 첫 텔레비전 대선 토론회에서 존 케네디에게 밀려 패배한 리처드 닉슨은 이후 1972년 현직 대통령으로서 조지 맥거번과의 토론 자체를 거부했다. 1976년 토론회에서 현직인 제럴드 포드의 외교정책 실수는 같은 해 대선에서 지미 카터의 승리로 이어졌다.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토론에서 현직 대통령인 카터를 압도했고 조지 H.W. 부시는 1992년 빌 클린턴과의 토론에서 패배를 굳혔다. 버락 오바마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토론회에 나선 2012년 경쟁자 밋 롬니의 맹공을 견디지 못해 자칫 재선에 실패할 뻔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조 바이든과의 두 차례 토론에서 밀렸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결국 패배했다.

위험하다. 81세의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은 오는 27일 밤(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78세의 트럼프와 맞붙는다.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외줄 타기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할까?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다.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토론에 나서는 것은 자신의 약점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트럼프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결정이다. 이번 2024년 대선은 1800년, 1860년, 1932년 대선만큼이나 중요하고 중대하다. 미국은 위기에 처해있고, 바이든은 불완전한 기수로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바이든은 2020년 트럼프로부터 미국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증명했지만 재선보다는 단임에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러하듯 바이든의 정치경력은 내내 오만과 자존심이 함께했다. 수십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백악관 주변을 맴돌았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으로 부임하며 그 권력에 근접했다. 이 모든 사실은 2020년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선 그가 단 한 번의 임기로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2024년 대선은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전통적인 경합이 아니다. 오는 27일 토론에서 시작되는 실존적 싸움이다. 바이든이 맞서야 하는 인물은 분열을 좋아하고, 두 번의 탄핵 재판을 받고 선거 사기와 기밀문서 유용 등으로 기소된 성 약탈자이자, 헌법을 불태우고자 하는 예측불가능하고 위험하며 무능한 괴짜들에 둘러싸인 괴상한 늙은이다.

물론 2024년 대선 결과를 좌우할 부동층 유권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트럼프를 한 번 더 백악관에서 경험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는 정책, 성격 등이 아닌 ‘활력’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들의 나이 차가 3살밖에 나지 않음에도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더 늙어 보이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확실히 바이든은 나이가 들었다. 이는 임기 중 바이든이 사망하고 부통령이 승계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에겐 투표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더 나은, 더 원기 왕성한 노인이라고 말할 순 없다. 그는 베테랑 미치광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니발 렉터나 수많은 음모론에 횡설수설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8년간 그의 말투나 주의력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번 토론으로 바이든을 둘러싼 고령 논란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이 이러한 논란을 일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직접적 방법은 유권자들이 자신과 트럼프를 비교할 수 있도록 나란히 서는 것이다. 바이든이 이례적으로 일찍부터 토론에 나선 이유는 이러한 토론회가 지금 요구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바이든과 캠프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또한 트럼프 캠프 측 역시 선거운동에 있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트럼프가 이번에 우왕좌왕한다면 두 번째 토론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 말라.)

이전에도 지적했듯, 트럼프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것은 그의 말, 행동, 공격에서 드러나는 모욕감과 날 것 그대로의 분노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기소, 형사 유죄판결 등을 거친 그의 원한은 분노로 타올랐다. 즉, 트럼프는 지금 복수의 여정에 있다. 그는 최근 치료전문가인 닥터 필과의 인터뷰에서 "때로는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주 토론회는 그간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던 훌리거니즘 방식이 아니다. 현장 청중은 없으며, 후보자가 말하지 않을 때 마이크는 꺼진다. 제약을 느낀 트럼프로선 그간 이런 행사에서 보여준 최소한의 침착함마저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소리치고 일관성 없고 위협을 일삼는 트럼프의 모습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고, 바이든보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캠프가 이를 위해 토론 중 ‘진짜 트럼프’를 자극할 수 있는 송곳 같은 말을 찾고 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책적 입장은 어떠한가? 큰 여파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 간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바이든은 해외에서 동맹국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고, 트럼프는 뒤로 물러나길 원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바이든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경제를 이끌고자 한다. 트럼프는 파멸적인 관세정책과 함께 재정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감세안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은 여성의 자기 선택권(낙태권)을 지지하고, 트럼프는 이에 맞선다.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국가안보, 교육 등 다른 국가적 주요 현안들에서도 더 중요한 차이가 드러난다. 하지만 아직 표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이보다 후보들의 인품, 신뢰성, 리더십 등을 더 주목할 것이다. 이들 부동층 그룹의 마음을 얻는 것이 두 후보자가 이번 토론에 나서는 이유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첫 번째 토론에서 트럼프는 트럼프였다. 그는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질문에 비난을 거부했고,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지나치게 자주 바이든의 말을 끊고 비난하면서 자신을 불태웠다. 이민, 경제, 국가안보 등이 언급된 마지막 토론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화살을 던졌다.

만약 바이든이 이번 주 토론회에서 기력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의 재선 도전이 물거품이 되는 시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3월 국정연설에서 보여준 강력한 퍼포먼스에 어떤 신호가 있다면, 그는 준비가 된 상태로 올 것이다. 이는 오는 11월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번 리턴매치는 미국이 원했던 경쟁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의 막은 올랐다. 바이든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되든 트럼프와 트럼프 주의에 맞설 용기를 낸 점, 좋은 경쟁을 위한 명확한 정신과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경의를 표할 만하다.

티머시 L.오브라이언

블룸버그 오피니언 수석 편집장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is Biden-Trump Debate Is What the Moment Demand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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