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팔아넘긴 그녀, 나라고 다를 수 있을까

[신작 영화 리뷰] <스텔라>

[김형욱 기자]

▲ 영화 <스텔라> 포스터. ⓒ 뮤제엔터테인먼트

 
1940년 독일, 유대인 재즈 가수 스텔라 골드슐락은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자 팀원들과 함께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스텔라는 재능을 인정받아 브로드웨이 관계자로부터 콜을 받는다. 하지만 유럽은 이미 전쟁터, 나치 독일은 유대인 핍박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스텔라 가족은 미국으로 망명을 가려 하지만 쉽지 않다. 3년이 지나 그들은 공장 노동자로 살고 있다.

하지만 스텔라는 밤만 되면 유대인 표식을 제거하고, 자신이 독일인 재즈 가수인 것처럼 행동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심지어 독일 군인과 사귀기도 했다. 금발에 파란 눈이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의 유대인들도 위험에 처했다. 이들 대부분 수용소로 끌려갔지만, 스텔라 가족은 겨우 도망쳐 숨어서 지냈다.

와중에 스텔라는 우연히 여권을 위조해주는 일을 하던 롤프를 만났다. 그와 사귀며 스텔라도 같은 일을 하다 이내 나치 비밀경찰에게 붙잡힌다. 함께 공연 연습하던 동료의 밀고였다. 스텔라는 죽고 싶을 만큼 맞고 탈출하지만, 다시 붙잡혔다. 이후 그는 유대인 색출의 임무를 띤 비밀 요원을 자처한다. 그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녀의 삶의 의지

영화 <스텔라>는 독일에서 만든 홀로코스트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실존 인물을 다뤘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후 스텔라의 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그녀의 삶을 재구성했다. 그녀가 죽음으로 내몬 유대인이 족히 수백 명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영화는 스텔라를 비난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영화처럼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옛날 영상을 보여주듯 최대한의 무심함을 유지한다.

역사적으로 문제적 인물, 인류 최악의 인종 청소 악행에 휘말린 인물, 피해자였다 가해자가 된 인물을 영화로 다루려 할 때는 논하기 보다 그대로 보여주는 게 정답일 수 있다. 가해자에게 사연을 부여하는 게 가장 쉽고 또 굉장히 쉬운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스텔라의 행적은 죽음에 처절하게 맞서는 '삶'의 의지가 엿보인다. 숱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어떻든 살아냈기 때문이다. 영제 < Stella, A lLife >에서 엿볼 수 있듯 '스텔라'에겐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이 중요했다. 스텔라는 자신의 삶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주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비단 환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폴라 비어는 스텔라로 완벽하게 분했다.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녀처럼 행동 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한다. 그런데 누구나 그녀처럼 행동할까, 질문하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상황에 처한 사람들 모두 제각각의 이야기를 펼쳐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텔라의 삶은 그 자체로 존중하되 그녀의 삶을 판단하는 데 정답은 없다. 그런 점에서 영화 <스텔라>는 영리했다.
 

▲ 영화 <스텔라> 포스터 ⓒ 뮤제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