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처럼 떼어도 손상 없이 옮겨지는 '전사 기술'... 신기하네 [세상을 깨우는 발견]

유창재 2024. 6. 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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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무손상 건식 전자 기술' 개발... 독성 물질 사용 없이 기판에서 분리

[유창재 기자]

▲ 응력 제어를 이용한 무손상 건식 전사 프린팅 기술 개념 스퍼터링된 원자가 기판에 증착될 때, 증착된 필름 내에 잔류 응력이 생성되며, 공정 조건에 따라 응력의 종류와 크기가 변할 수 있다. 백금 박막을 형성할 때, 첫 번째 층은 적당한 수준의 압축 또는 인장 응력을 갖게 하고, 두 번째 층은 강한 인장 응력을 가지도록 하면 수직 방향으로 인장 응력 구배가 극대화된다. 추가로 기판을 구부리면 평균 응력이 증가하여 박막을 기판으로부터 쉽게 분리할 수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고성능 전자 소자를 스티커를 떼어내듯 기판에서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손상 없이 분리하는 새로운 전사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25일 "나노입자 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이상규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김지훈 부산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무손상 건식 전사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전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고성능 전자기기 제작에 널리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기술로 '3차원 고성능 유연 소자' 제작도 가능할 전망이라 이번 신기술 개발이 주목된다. 

IBS는 그동안 관련 기술 동향과 관련해 "고성능 소자는 주로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딱딱한 기판에서 제작된다"면서 "유연 전자기기를 만들려면 딱딱한 기판 위의 소자를 분리해 유연한 기판으로 옮기는 전사 공정이 필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기존 전사 공정은 기판과 소자 사이에 존재하는 층(희생층)을 화학물질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식이었다"며 "강력하고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업자나 환경에 좋지 않고, 소자 손상을 피하기도 어려웠다"고 단점을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에서 소자를 떼어내거나 레이저·열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고가의 장비나 별도의 후처리가 필요하고 특정 환경에서만 적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 다양한 2차원 박막의 3차원 구조로의 변환 응력이 제어된 백금 이중층 박막을 스탬프를 이용해 기판에서 분리한 후 접착층에 전사 프린팅하면 3차원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접착층의 패턴에 따라 다양한 3차원 구조물로 변형할 수 있어, 개발된 무손상 건식 전사 프린팅 기술은 2차원 형태뿐만 아니라 3차원 형태의 다기능성 소자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에 IBS 연구진은 기판 자체의 물성을 제어해 습식 화학물질이나 소자 손상 없이 소자를 손쉽게 떼어낼 수 있는 '무손상 건식 전사' 방법을 개발해냈다. 

우선 연구진은 서로 다른 응력(외력을 가할 때 변형된 물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힘)을 가진 박막을 두 층으로 쌓아 올린 기판을 제작했다. 그 후 기판을 구부려 박막의 '변형 에너지 방출률(Strain energy release rate)'을 최대화했다. 변형 에너지 방출률이 소자와 기판 사이의 계면 강도를 초과하면 박리가 쉽게 일어난다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변형 에너지 방출률은 박리 과정에서 균열이 성장하는 동안 단위 면적당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으로, 변형 에너지 방출률이 계면 파괴 인성(interfacial fracture toughness)을 초과하면 박막이 기판에서 쉽게 분리된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렇게 제작한 기판 위에 소자를 제작한 뒤 스탬프(도장)를 찍고, 기판을 구부리며 스탬프를 들어 올리면 소자가 기판으로부터 간단히 분리했다. 그리고 떼어낸 소자를 원하는 기판에 옮기면 전사가 완료된다고 부연했다. 

신윤수 선임연구원(공동 제1저자)은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전사 방법은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며, 소자 손상이 적고 후처리도 필요 없어 전사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대면적은 물론 마이크로 규모의 작은 패턴까지 전사가 가능해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다양한 패턴의 2차원 박막을 3차원 구조체로 변형시킬 수 있음을 이번 연구를 통해 보여줬다. 즉 떼어낸 소자를 옮겨 붙일 기판의 접착층 패턴에 따라 3차원 구조로 바뀔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박사(공동교신저자)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재료의 물성만을 제어하여 무손상 건식 전사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2차원 박막을 3차원 구조체로 변형시킬 수 있는 특징을 활용해 입체 구조를 갖는 다양한 소자 제조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를 이끈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전사 기술은 연성 전자, 광전자, 바이오 전자 및 에너지 소자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 적용된다"며 "무손상 건식 전사 기술은 새로운 고성능 전자 소자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지(IF 41.2) 온라인판에 6월 21일자로 실렸다. 
 
▲ 전사된 LiCoO2 박막을 이용한 유연 박막 전지 제조 백금 박막은 박막 전지의 집전체로 활용될 수 있으며, 개발된 무손상 건식 전사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유연 박막 전지의 제조가 가능하다. 먼저, 백금 이중층 박막을 형성하고 그 위에 양극 소재인 LiCoO2 박막을 증착한다. 고온 열처리 후, 전사 공정을 통해 이를 PET 유연 기판에 전사하고, 고체 전해질, 음극, 음극 집전체를 차례로 증착하면 유연 박막 전지가 완성된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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