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경제정책 재탄력… 시총 글로벌 ‘빅5’ 인도 ETF 기대감 뿜뿜
한달 새 29개 펀드 1912억 유입
‘메이크 인 인디아’ 제조업 육성 목표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최근 5조 달러(약 6899조원)를 넘었다. 인도 증시 사상 최고치로 미국, 중국, 일본, 홍콩의 뒤를 잇는 세계 5위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도 인도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3일까지 한 달 간 인도에 투자하는 29개 펀드에 모두 1912억원이 유입됐다. 주요 지역별 펀드 중 중국, 베트남을 따돌렸고 북미(1조4080억원) 다음으로 많이 늘었다. 세 번째로 유입액이 많은 일본(431억원)과 비교하면 4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인도 투자는 결과도 좋다. 국내 29개 인도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4.82%로 9.81% 수익률을 보인 미국 펀드를 앞선다. 같은 기간 중국 펀드(4.74%)나 베트남 펀드(2.29%), 일본 펀드(-3.81%) 수익률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인도 증시의 활황은 국내 정치가 안정된 것과 관련이 깊다. 지난 4일(현지시간) 총선 직후 출구조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는 장중에만 6% 넘게 급락했다.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인도국민당 주축의 여당연합(NDA)이 293석을 차지해 230석의 야당연합(I.N.D.I.A)을 꺾으면서 투자 심리는 급격히 회복됐다.
3연임에 성공한 모디(사진) 총리의 경제 부흥책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모디는 2014년 취임 이후 여러 경제 육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다. 해외 기업의 제조공장을 인도에 유치해 제조업 역량을 높이고 수입 제품의 비중을 낮추는 정책이다. 성공한다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 능력을 확보해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모디의 제조업 최우선 정책은 미·중 갈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인도 재무부에 따르면 생산연계 인센티브 계획을 통해 민간 기업들은 2021년부터 5년간 총 1조9770억 루피(약 31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생산연계 인센티브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일환으로, 글로벌 제조업 선도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한 일자리 600만개 창출이 목표다. 현재까지 승인된 14개 주요 산업에 대한 투자 예정금액은 1조7565억 루피(약 28조6000억원)에 이른다.
인도 경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젊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가 14억2900만명으로 보고된 인도는 중국(14억2600만명)을 넘어 세계 최고 인구 대국이다. 인구의 연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수준이다. 2030년 중국과 미국의 중위연령은 각각 42세, 40세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도의 예상 중위연령은 31세에 불과하다. 엄청난 생산 가능 인구를 기반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도시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이다. 인도의 도시화율은 2022년 기준 35.9%다. 미국·중국·일본 등 국내총생산(GDP) 상위국들은 이미 64%에서 83%까지 도시화가 진행돼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는 성숙기인 것과 상반된다. 실제로 현재 성장률도 높은 수준이다. 1990년대 매 5년간 평균 1.1% 포인트 성장하는 데 그쳤던 인도의 도시화율은 모디 정권 이후 매 5년간 평균 2% 포인트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도시화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인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인도 소비재 기업 상위 20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를 상장했다. 인도 전기차·상용차 1등 기업인 ‘타타 자동차’, 고급 보석 브랜드 ‘타이탄 컴퍼니’, 음식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조마토’ 등이 투자 종목에 포함된다. 삼성자산운용도 인도 테마형 상품인 ‘KODEX 인도타타그룹’ ETF를 선보였다. 인도의 3대 성장동력산업을 선도하는 타타그룹 내 핵심 10개 기업에 선별 투자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하반기 ‘ACE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투운용이 처음 내놓는 인도 시장 관련 ETF다. 인도의 대표 지수인 니프티(Nifty)500 구성 종목 중 장기 성장 가능성이 큰 가전·자동차·헬스케어 등 내구 소비재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다만 소비재 업체들의 주가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점이 위험 요소로 평가된다. 인도의 필수 소비재 업체들은 향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이 평균 45배선이다. 자동차 업종을 포함한 경기 소비재 업종은 12개월 선행 PER이 28.3배 수준인데, 보석·패스트푸드·신발 등 순수 경기 소비재 업종은 50배 중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 소비재 업체의 주식이 고평가된 경향이 있다”면서도 “인도의 경기 소비재 시장은 특히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필수 소비재 시장보다는 위험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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