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막히니 '불황형 대출' 역대 최대…돌려막아 버틴다

전영주 2024. 6. 2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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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경기 불황형 대출에 몰리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사상 첫 40조원을 돌파했고, 보험계약대출은 역대 최다 수준인 70조원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카드론과 함께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보험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0조1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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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카드론 잔액 40조 '역대 최대치'
'급전창구' 보험계약대출 3분기째 70조
"앞으로 예·적금 중도해지도 많아질 것"

#대구 수성구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A씨(57)는 최근 총 1억원의 카드론과 500만원의 보험계약대출을 받았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이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냈지만 이어지는 매출 부진에 카드·보험 대출까지 끌어다 쓴 것이다. A씨는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경기까지 덮쳐 한달에 300만~4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경기 불황형 대출에 몰리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사상 첫 40조원을 돌파했고, 보험계약대출은 역대 최다 수준인 70조원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9곳(삼성·신한·KB국민·롯데·하나·현대·BC·NH농협·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이 40조5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 4월(39조9644억원) 대비 5542억원 증가한 값이다. 지난해 5월 카드론 잔액(37조7684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2조7052억원 급증했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다. 별도 대출 심사가 없어 카드 발급자라면 누구나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평균 대출금리가 연 14~15%에 이른다. 이에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해 다시 카드론을 이용한 ‘돌려막기’ 규모가 2조원에 육박했다. '돌려막기'인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9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했다.

카드론과 함께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보험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0조1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조9000억원 늘었고, 3분기째 역대 최다 수준인 70조원대를 유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미래에 받을 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으로,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79~95%를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 조회 등 심사 절차가 없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 힘든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보험 계약을 아예 해지하거나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22개 생명보험사가 지급한 보험 해약·효력상실 환급금은 총 12조417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조4082억원)보다 줄었지만 2022년(9조1328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해약 환급금은 가입자가 보험 계약 해지를 요청했을 때, 효력상실 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깨졌을 때 돌려받는 돈이다.

불황형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여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신용점수는 928~952점이다. 통상 신용점수 3등급(832~890점)은 고신용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조차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지난 4월 여신 잔액은 100조원까지 추락했다. 이는 28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치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몸집 줄이기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사가 대출을 줄인 영향으로 불황형 대출이 늘었다”며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하기 전 대출이 가능한 카드사·보험사 등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에 받은 대출이 부족해지는 등 경기불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져서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며 “더 나아가면 만기가 오지 않은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는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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