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출근' 즉석에서 OK…포스코에 스며든 장인화식 수평문화

정동훈 2024. 6.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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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8일 취임 100일 맞는 장인화 회장

"반바지까지 복장 자율화 허용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거면 그렇게 합시다."

지난 3월 말 광양제철소.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 젊은 직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반바지까지 복장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자 그 자리에서 즉각 허용했다. 포스코그룹은 실제로 4월 초 반바지와 후드티, 아웃도어티, 샌들까지 출근복으로 인정하는 방침을 밝혔다. 장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사내 소통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인화식 ‘소탈’ 소통

오는 28일 장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장 회장은 포항제철소를 시작으로 포스코퓨처엠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코기술연구원 등 철강 및 이차전지 소재와 원료 사업회사 등 전 그룹사 사업장을 점검하는 일정으로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덕장(德將)’으로 알려진 장 회장이 취임식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다. 직원들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취를 통해 자긍심을 느끼는 포스코그룹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100일 동안 직원들 얘기 들어보면서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다른 결론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조직이라는 것은 슬림하고 수평적이어야 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평적인 문화를 위해 장 회장은 모든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대내외 행사에 나가서도 동행한 직원들에게 일일이 ‘고맙다’ ‘고생많다’고 말한다고 한다. 최근엔 포스코센터 직원들에게 도넛과 커피를 쏘기도 했다. 포스코 내에서는 ‘하후상박(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 박함)’ 분위기가 강해졌다. 직원들의 기는 살리되 고위직에는 희생을 촉구하는 것이다. 임원 급여를 최대 20% 반납하고 주식보상 제도(스톡그랜트)를 폐지하는 등 직급이 높은 직원들에 먼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스톡그랜트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 지급하는 제도다.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장 회장은 취임 직후 첫 대외 행보로 이강덕 포항시장과 만찬을 같이 했다. 그간 포스코그룹과 포항시·시민단체는 2021년 말부터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 두는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누구든 대화하고 포스코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장 회장의 평소 소통철학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철강·이차전지소재, 양 날개 균형

장 회장 복귀 이후 재계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회장으로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복귀했다. 정부 공식 행사에 지속해서 초청받으며 전임 회장의 ‘패싱 논란’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미래 비전도 명확히 했다. 철강산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포스코의 핵심인 철강과 미래 먹거리의 균형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철강 경쟁력 재건과 이차전지 소재 혁신기술 선점을 핵심으로 한 7대 미래혁신 과제를 확정한 바 있다.

철강은 중국산 저가 공세와 경제 블록화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다. 그는 원가의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차전지 소재는 공격적 투자 기조를 주문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과정에서 2026년까지 예정됐던 배터리 소재 생산 계획을 1~2년 뒤로 미루겠다며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저가(低價)가 기회"라며 추가 투자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이차전지소재사업관리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미 캘리포니아 솔턴호와 캐나다 폐유전 리튬 사업 외에 칠레 염호 리튬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장 회장의 개혁은 취임 100일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엔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슬림화와 효율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다음 달 초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고강도 원가 절감과 함께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조직을 보다 효율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장 회장의 취임 100일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사내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데 대해 조직 내 만족도, 소통 효용성이 올라가고 있다"며 "수평적이고 도전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시작한 100일 현장 경영이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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