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금기 깼다…'채상병 특검법' 꺼낸 한동훈의 노림수

김기정, 김하나, 심정보 2024. 6.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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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채 상병 특검법 추진 카드를 꺼냈을까. 여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갖는 의문이다. 그간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여권 주류의 입장이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기도 하다.

채 상병 특검법은 여권의 금기에 가깝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윤 대통령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눈 특검이라 보고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선수사 후특검)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국민에게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하게 법적 논리를 가지고 안 된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전당대회 출마 선언 때 밝혔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의 근거로 한 전 위원장은 민심을 강조했다. “지금의 민심을 고려하면, 우리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고 지키는 길”이란 논리다. 한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대신,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식의 역제안에 나섰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선 그간 야권에 끌려온 측면이 있었다”면서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제안을 통해 여당이 이슈에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탄핵 트라우마'를 가진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된다. 당장 경쟁 주자들은 “순진한 생각”(나경원), “내부 싸움만 붙인 꼴”(원희룡), “한동훈 특검법도 받을 것이냐”(윤상현)라며 협공했다.

2021년 6월 11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임 최고위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당심에서 경쟁 후보에 졌지만 민심에서 앞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뉴스1


한 전 위원장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서 특검 카드를 던진 것에 대해 당 일각에선 ‘당원투표 80%, 일반여론조사 20%’로 바뀐 당 대표 선출 규칙에 따른 전략적 접근이란 시각도 있다.

당심에서 앞선다는 한 전 위원장이 민심에서도 우위를 점해 조기 대세론을 형성하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당심에서 다른 경쟁자에 확연한 우위를 보이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퉜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에게는 민심이 상대적 약점인 셈인데, 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민심)는 무시 못 할 힘을 가진다. 2021년 전당대회 땐 2개 업체에서 각 2000명씩을 조사한 뒤 이를 합산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이 8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4000명 조사 결과는 당원 20만명(20%)분에 해당한다.

이번 전당대회의 여론조사 방식 및 표본 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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