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 생각 없다" "수박 찍힐라"…달라진 민주당의 '3無 전대'

김효성, 심정보 2024. 6. 25.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서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마친 후 당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더불어민주당 8·18전당대회를 앞두고 익명을 원한 비명계 의원이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연임 도전이 유력해지자 오히려 출마를 저울질하던 인사들은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해당 의원은 “나가서 새로운 목소리를 낸들 뭐하겠냐”며 “이 전 대표 당선이 유력한데, 이 판에 낄 생각은 별로 없다”고 했다.

이런 모습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4파전으로 흐른 국민의힘 7·23전당대회와 대비된다. 이 전 대표가 77.77%의 득표율로 대표에 당선된 2022년 8·28전당대회에서도 이 전 대표를 비롯한 8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격세지감”(비명 재선)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①사람이 없다


아직 출마 의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내에서 대표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는 몇 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5선) 의원과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다. 하지만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이들도 주춤하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고심 중”(이인영 측)이라거나 “지금 나서면 정치적인 소모만 될 수 있다”(임종석 측)는 이유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두 사람은 민주당 8.18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지만 아직 의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이 신중을 기하는 것은 비명 그룹이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원내 소수파가 된 점과 관련이 깊다. 비명계는 크게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과 친문계로 나뉜다. 하지만 총선에서 상당수가 낙선·낙천하면서 친명계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비명계 수장들도 불출마(우상호 전 의원)하거나 낙천(전해철·박용진 전 의원), 혹은 탈당(홍영표 전 의원)했다. 비명계를 규합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비명계 의원은 “친명계에 대항하기 위해선 비명계 세력화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인적·물적 가용자원이 부족해 마음이 있어도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②패기가 없다


또 다른 특징은 3040 초·재선 그룹의 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1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조국 사태를 반성하는 입장문을 냈던 장철민·이소영(이상 재선)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몇몇 젊은 의원에게 출마를 권해봤지만 다들 꺼린다”며 “꼭 당선은 아니더라도, 건강한 목소리를 내자는 측면에서 설득 중이지만 반응이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친명계 강선우·김병주(재선) 의원이 24일 출마선언을 하고 김민석(4선)·전현희(3선)·민형배·한준호(이상 재선) 의원이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점과 대조적이다.
2022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강훈식·박용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일각에서는 “2022년 전당대회의 학습효과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시 대표 선거는 예비후보 8명 중 3명(이재명·박용진·강훈식)을 추려 본선이 진행됐다. 비명계 소장파로 분류된 박용진 전 의원은 당시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중부각했지만 22.23%로 2등에 그쳤다. 강훈식 의원은 ‘40대 대표론’을 꺼냈지만, 호응을 받지 못하자 후보직을 중도 사퇴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하위 평가 10%’에 포함돼 낙천되며 ‘비명횡사’의 대표적 인사가 됐다.

비명계 인사는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으로 낙인 찍혀 정치적 생명마저 좌우되는 현실에 3040 의원이 출마를 꺼린다”고 했다.


③대안이 없다


일부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당내 상황으로만 엮어서 보아선 안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새 대표가 누가 되든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이기에 당사자가 아니면 일사불란하게 방어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친명계 인사는 “만약 한동훈 전 위원장이나 원희룡 전 장관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총선 때처럼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에서도 ‘이재명 아니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은 “‘이재명 일극체제’가 국민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어 차기 대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여러 후보가 경쟁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