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유치원보다 싼 등록금"…절박한 대학들, 2학기 인상 꺼냈다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동결됐던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불붙고 있다. 일부 대학이 전례가 거의 없던 2학기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면서다.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의 압박 등으로 인해 지난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왔던 인상 시기가 조금 빨리 돌아온 것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2학기 앞두고 나오는 ‘등록금 인상설’
등록금 인상 주장은 지난 19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 전 열린 한 지역대학 총장 회의에서 나왔다. 비공개회의에 모인 총장들은 “당장 2학기부터 시작해 최대 10% 이상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교육부에 건의하자”고 말했다. 이 지역 대표를 맡은 대학 총장은 “물가인상률과 여태 동결된 햇수를 곱하면 30%가 넘는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만큼 지역 사립대의 재정난이 절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일부 대학들도 2학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개최를 준비 중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2학기 등심위는 전년도 회계 결산에 관한 보고가 주요 안건이지만, 등록금 인상 여부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록금을 인상하자는 주장은 매년 반복돼왔지만 2학기 인상을 추진하는 건 이례적이다. 학생 대표, 교직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등심위는 통상 매년 2학기가 끝난 후인 연말~연초에 1년 치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등심위를 운영하는 근거 법인 고등교육법, 대학등록금에관한규칙 등을 보면 시기나 횟수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며 “두 학기 모두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보단 실익이 적지만 2학기 등록금 인상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2학기 인상이 오히려 학생 대표와 협상하는 데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매년 초에 등심위를 진행하면 대학 본부가 새로 꾸려진 총학생회가 등심위에 들어와서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반년 정도 학교와 관계가 형성된 뒤 등록금 얘기를 하는 편이 협상에 좋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고 했다.
이미 2학기 등록금을 올린 대학도 있다. 지난해 13년 만에 등록금을 올렸던 부산 동아대는 올해 1학기는 동결하되 2학기는 5.5%를 인상하는 안을 올 초 등심위에서 통과시켰다.
물가 상승에도 총선 때문에 유예된 등록금 인상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을 올릴 수 없었다. 정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에 미칠 파장을 이유로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을 검토했던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수도권에서 등록금을 올리면 여파가 너무 클 것이라는 점을 교육부에서 강조하며 ‘총선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했다. 대학가들이 2학기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총선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반 년간 유예된 것일 뿐”이라는 의미다.
“펫 유치원비보다 싼 등록금, 이젠 한계”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4년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을 월 단위를 환산할 경우 59만 7000원 수준인데, 홈페이지에 가격을 공개한 일부 서울 지역 펫 유치원(반려동물 위탁업체)만 해도 월별 원비가 40~90만 원대로 다양하다”며 “심지어는 영어유치원, 사립 초등학교와 비교해도 사립대학 등록금이 가장 가격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나날이 하락하는 교육의 질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등록금 인상 대학이 다수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대학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오랜 ‘등록금 동결 모드’를 푼 곳이 나오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쿄대는 국제 경쟁력 저하에 대한 위기감을 이유로 20년 만에 등록금을 최대 20%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국립대의 등록금 인상은 2019년 도쿄공업대학이 처음으로 실시했고 이후 도쿄예술대학과 히토쯔바시 대학 등으로 확산됐다. 도쿄대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즈고등교육(THE·Times Higher Education)'이 발표한 2024년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 29위에 이름을 올려 중국 칭화대(12위)나 베이징대(14위)보다는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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