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혈성 괴사, 남성 발병률 여성의 4배
몸속 206개의 뼈는 서로 이어져 수많은 동작을 만들어낸다. 230개의 관절이 그 역할의 주인공이다. 숨을 한 번 쉬는 순간에도 80개 이상의 관절이 움직인다. 그중 가장 큰 관절이 고관절이다. 바닥이나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모든 동작의 중심에 고관절이 있다.
문제는 이 고관절이 자신의 존재감을 잘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평생 고관절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를 정도로 고관절은 웬만한 일에 침묵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통증을 호소할 때가 있다. 하나는 고관절 자체의 통증이고 다른 하나는 허리 협착증으로 발생하는 통증이다. 디스크 치료를 오래 받아도 허리 통증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고관절 문제 때문이다.
협착증인지 고관절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엉덩이 쪽으로 아픈 통증은 허리 디스크 문제일 가능성이 크고, 엉덩이 앞쪽인 사타구니 통증이면 고관절 자체 문제일 경우가 많다. 사타구니 쪽 고관절 통증은 크게 3가지 문제로 나타난다. ‘골절’ ‘고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이다. 오랜 세월로 연골이 다 닳는 순간이 오면 남자는 일차적으로 고관절 무혈성 괴사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인한 이차적 고관절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무혈성 괴사는 고관절 자체의 병이라기보다는 대퇴골 허벅다리뼈의 끝인 골두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질병이다. 60% 이상이 양쪽에 발병한다. 무혈성 괴사 말기로 가면 고관절이 골절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발생하는 환자 수가 대략 1만4000명 이상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환자 수는 6500명 이상에 이른다.
초기에는 별로 증상이 없다. 가끔 사타구니 쪽에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이다가 시간이 흘러 괴사한 부위가 골절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움직일 때 통증이 커지면서 절뚝거리게 된다. 양반다리로 앉지 못하게 되고 대퇴골의 머리 부분인 골두가 주저앉아 다리 길이가 짧아지기도 한다.
무혈성 괴사의 45%가 10~20년 동안 일주일에 소주 2병 이상을 마신 사람이다. 당뇨나 고지혈증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질환 또는 천식 등으로 스테로이드를 과용한 사람도 전체 환자 중 20% 이상이다. 희한하게도 여성보다 남성이 걸리는 확률이 4배 가까이 높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남성의 뼈가 여성보다 길고 단단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 거리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길어 혈관 벽이 거칠고 좁아지기 쉬워 혈류 공급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릴 때는 엉덩이 관절에 둥근 컵 모양의 공간(비구)의 원형 인대와 대퇴골의 중간 부위로 들어간 혈관이 있어 골두에 혈액공급이 수월하게 이뤄진다. 성장이 끝나면 비구의 원형 인대 혈관은 점점 막히고 대퇴골 혈관만으로 혈액 공급이 이뤄진다. 남성은 이 넓적다리뼈 쪽 혈관에 이상이 생겨 빈번하게 무혈성 괴사에 이른다.
젊은 노인 남성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점잖고 우직한 고관절의 건강을 미리 챙겨야 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둘은 혈관을 좁게 만들어 몸의 혈액 공급을 방해할 뿐 아니라 노폐물 배설과 영양 공급도 막는다.
과도한 피부병이나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스테로이드 복용과 연결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반드시 무혈성 괴사를 염두에 두고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영양 식품이나 잘못된 민간요법을 남용해 체내에 흡수된 해로운 물질로 피부 질환이나 천식 등의 질병이 생기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또한 말초 혈관의 상태를 악화시킴으로써 무혈성 괴사뿐 아니라 말초 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무혈성 괴사! 이름은 섬찟하지만 초기에 알아차리고 치료받으면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골절이라고 하는 불행한 결말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노인 남성은 특히 술과 스테로이드를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이창우 박사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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