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은 원희룡'?…용산 고심 깊어지는 이유 [정국 기상대]

김희정 2024. 6. 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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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발' 흔들기 또 있을까…막오른 與, 당권경쟁
"이번엔 전당대회 개입 없다"…선 긋는 대통령실
'어대한' 기류 짙어지면, 나경원·원희룡 단일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순서는 국회의원 선수순)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치러지는 국민의힘 두 번째 전당대회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3·8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 7·23 전당대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실린 후보 자체는 분명 존재한다. 전당대회에 '깜짝 등판' 하는 후보가 나온 것은, 아무래도 대통령실 관계자들과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심 후보'가 있다고 해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 속에서 대통령실이 그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지 못할 뿐이라는 관측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상현·나경원·한동훈·원희룡' 4명의 후보가 차례로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당권주자들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등 '윤심 후보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에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윤(非尹)',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친윤(親尹)'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나경원·윤상현 의원의 경우 모두 '친윤과 비윤 구도'를 경계하고 있지만, 크게 '범친윤'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압박하는 '채상병 특검법'만 하더라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는 모두 반대 뜻을 굳건히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당무 불개입'을 지속 주장하며, 이번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21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어떤 후보들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는 똑같은 대우를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용산에서 특정 후보와 연계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비대위원장으로서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3·8 전당대회 '실패' 반면교사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와 관련해 이토록 선을 긋는 것은, 과도하게 개입했던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그 부작용을 톡톡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3·8 전당대회는 집권 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윤 대통령 입김이 가장 강력한 시기 치러졌다.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핵심이었던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한 친윤계는 김기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김 대표는 원내 신망은 두터웠지만, 전국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이 있었다. 장 의원과의 '김장 연대'로 초반 승기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나서 '안철수·나경원 축출'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 전당대회 불출마를 종용하는 친윤계가 주도한 '초선 연판장'은 당내에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정진석 비대위'는 전대 경선룰을 사상 초유의 '당원 100% 투표'와 '결선 투표제 도입'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비윤 대표주자 유승민 전 의원도 '우악스러운' 친윤 정치에 출마의 꿈을 접었다.

김기현 대표는 결국 당권을 거머쥐었으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을뿐더러 임기 내내 '용산 눈치를 보는 당대표'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국민의힘은 작게는 원내대표·국회부의장 선거부터 크게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윤심' 논란에 시달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내내 낮은 지지율에 머물렀고, 보궐선거 참패로 김 대표는 물러나게 된다. 4·10 총선 역시 이 연장선에서 참패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수직적 당정관계' 청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숙제로 자리 잡았다.

윤심 당대표 원하지만…실패시 韓과의 관계도 열어둬야

대통령실 입장에서 수직적 당정관계 청산은 아쉬운 일이다. 아직 대통령 임기는 3년이나 남았고, 여소야대 속 야권은 걸핏하면 '개헌'을 외치며 대통령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대통령실을 향한 야권 칼날도 위협적이다.

그러나 총선 참패와 윤 대통령의 30% 전후에 머무는 낮은 지지율 등은 윤 대통령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사실 윤 대통령의 여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심 후보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친윤계도 분화했다. 3·8 전당대회에선 당대표에 출마하려다가 교통정리로 뜻을 접은 윤핵관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모든 친윤계 의원들이 똘똘 뭉쳐 김기현 대표를 지지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박성민·박수영·배현진 등 옛 친윤 핵심 의원들이 각기 다른 후보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마지막 실세 '윤핵관'이었던 이철규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을 비토할 뿐 외견상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적당히 친윤 성향의 당권주자를 지원하면서도, 한 전 비대위원장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이 우회적으로 윤심 후보에게 힘을 실을 가능성도 나온다. 만약 정치권에서의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더 강력해진다면, 대통령실이 물밑에서 '나경원·원희룡' 등의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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