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성형 AI 시대에 재판 혁신 시급하다

2024. 6.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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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거대한 파도는 2022년 11월 30일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 파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오픈 AI는 물론이고 MS와 구글 등 거대 AI 기업들의 경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관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AI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지금 법원도 AI 시대에 발맞춰 역할과 기능을 시급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은 법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1월 정년으로 36년간 정들었던 법원을 떠난 필자는 법원의 발전을 바라는 심정으로 우리 법원이 AI 시대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대응 방향 몇 가지를 제안한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뉴스1

먼저 판결문의 전면 공개가 핵심 과제다. 지금도 신청에 따라 일부 공개되지만, 전면적인 실시간 공개와는 거리가 멀다. 법조 전문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 핵심 원료인 판결문이 제때 전부 공개돼야 한다. 미국·중국 등 대다수 국가는 판결문 공개가 제도적으로 이뤄진다. 법조 전문 AI가 고도화되도록 하려면 국회가 판결문의 전면 공개가 가능하도록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전자소송 시스템의 전면 개선도 필요하다. 조만간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이 법원에 전개된다.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투자하고 개발해야 한다. 판결문 전면 공개에 이어 AI 기반의 판결문 작성 도우미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대법원은 이 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타당성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국민의 최대 불만 사항인 재판 지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재판 결론은 ‘인간 법관’이 심사숙고해 결정하고, 결정 이유 부분은 AI 기반의 판결문 작성 도우미 시스템이 마치 레고블록으로 장난감 자동차를 조립하듯이 신속하게 작성할 수 있다.

AI 기술은 법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플리커닷컴

‘스마트 법정’ 도입도 필요하다. 이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법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음성 인식 시스템을 통해 법정 발언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텍스트 변환이 가능하다. 법정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고, 기록 작업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AI 기반의 분쟁 해결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화해와 조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AI가 분쟁의 성격을 분석하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의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분쟁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AI 기술의 도입과 함께 법원 구성원의 법률 교육·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AI 기술을 학습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 판결문 전면 공개가 최우선 과제
전자소송 시스템 대폭 개선 필요
‘스마트 법정’ 도입해 효율 높여야

법원 전산망 대규모 해킹 사건을 거울삼아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강화도 과제다. 지난 5월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1년 1월 이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북한 해킹 조직으로 의심되는 해커가 법원 전산망에 접근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법원 전산망 대규모 해킹 사건을 거울삼아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강화도 과제다. AI 기술을 도입함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강화해 AI 시스템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엄격한 보안 정책과 절차를 마련하고, 지속해서 보안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AI 기술 도입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AI 기술 도입은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법원은 ‘AI 마스터 플랜’을 조기에 구축해 AI 기술 도입의 장기적인 효과를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대응을 통해 법원은 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동안 허물어진 법원의 성과와 보상 체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에 발맞춰 우리 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AI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면 단지 법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률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우리 법원이 이런 변화를 선도해 미래 지향적인 AI 기반 법원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잃어버린 사법 신뢰를 최대한 조기에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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