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보훈가치 훼손한 민주유공자법 재발의 땐 거부권 건의"

장세정 2024. 6. 2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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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승격 1주년 맞은 강정애 장관


장세정 논설위원
국가보훈부는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해 원호처·국가보훈처를 거쳐 지난해 6월 5일 국가보훈부로 승격됐다. 독립·호국·민주를 위해 헌신한 영웅을 대한민국이 제대로 예우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여야 합의에 따라 보훈처가 보훈부로 새 출발 한 지 1주년을 맞았다.

보훈부 장관은 이제 국무위원 19명 중 서열 9위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정식 멤버가 됐다. 박민식 초대 보훈부 장관의 뒤를 이어 지난해 12월 26일 취임한 강정애(67) 장관은 '보훈부 승격 이후 첫 여성 장관' 기록을 갖게 됐다.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박사 학위(인적자원경제학)를 받고 숙명여대 총장을 역임한 강 장관은 '보훈 가족'이다. 부친(강갑신 선생)은 6·25전쟁 참전 용사로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했다. 시아버지(권태휴 선생)와 시조부(권준 초대 수도경비사령관)는 독립유공자다. 취임 6개월째를 맞아 25일 대구에서 열리는 6·25전쟁 발발 74주년 행사 준비에 바쁜 강 장관을 최근 만났다.

「 부 승격, 보훈 유공자 대한 예우
'보훈 기부 프로젝트' 역점 추진
월남 참전자에 ‘명예 제복’ 지급
보훈 심사는 공정한 절차 필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보훈부 승격 1주년을 기념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보훈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들에 대한 국가의 마땅한 의무라고 역설했다. 용사의 얼굴 상을 어루만지는 강 장관. 김경록 기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군인들과 즉석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경록 기자

-보훈부로 승격된 지난 1년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250만명이나 되는 보훈 가족들의 반응이다. 유공자분들은 처에서 부로 위상이 올라간 것을 자신들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예우로 여기고 자랑스러워 한다. 부 승격 이후 주무 장관의 시정 명령 권한을 발동해 국가 정체성에 위배되는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시켰다. 범정부 제복근무자 통합 진료체계도 구축했다."
-장관 취임 6개월간 역점을 둔 사업은.
"보훈부는 국가유공자를 위해 기부하기를 원하는 국민 누구나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두의 보훈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보훈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오는 27일부터 '보훈 기부 전용 누리집(홈페이지)'이 임시 가동하면 국민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보훈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보훈 의료 위탁병원 1140개로 확대
-보훈 대상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는 충분한가.
"상이군경과 고령 국가유공자를 위한 맞춤형 보훈 의료 서비스 제공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국 6개 보훈병원에서는 치료·재활·요양을 포괄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전국 738개인 위탁병원을 2027년까지 1140개(시‧군‧구별 약 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봉건적 3대 세습 독재 정권이란 비판을 받는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중앙포토]

-올해가 6·25전쟁 남침 74주년인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가 7만여명이나 된다.
"정전협정 70주년이던 지난해에 ‘제복의 영웅들’ 사업에 따라 6‧25전쟁 참전유공자 3만 6000여 명에게 국민적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베이지색 제복을 입혀드렸다. 국군포로 송환은 국방부가 지난 1999년 국군포로송환법을 제정해 추진해 오고 있다. 북한에 억류 중인 국군포로의 석방은 국방부와 통일부가 협상 주체이지만, 보훈부도 그분들이 무사 귀환하도록 한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이분들을 끝까지 찾아서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올해는 월남전 파병 60주년의 해다.
"참전 60주년을 맞아 생존 중인 월남전 참전 유공자 17만 5000여명 모두에게 ‘명예로운 제복’을 증정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콜센터와 온라인 등을 통해 신청을 받고 있으며 7월부터 지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22년 '해외 파병 용사의 날'을 매년 5월 29일로 지정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를 비롯해 지금도 13개국에 파병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하는 장병들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다."

1973년 수원 공군기지에서 열린 주월군사령부 개선식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이세호 주월사령관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노고를 위로하고 있다. 올해는 월남 파병 60주년의 해다. [중앙포토]

-유엔군 198만명을 보내준 파병 22개 국가 상대로 '보훈 외교'는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공공외교가 보훈 외교다. 코로나19 시기에 해외의 고령 참전 용사들에게 마스크를 보내드려 큰 호응을 얻었다. 2020년 '유엔 참전 용사의 명예 선양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참전 용사의 명예를 드높이고, 파병국들과 우호 관계를 증진해오고 있다. 참전 용사 재방한, 현지 위로, 사후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 지원 등 보훈 외교 사업을 해오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유엔 참전의 역사가 영원히 기억되도록 지난해 '유엔 참전국 글로벌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참전 용사의 2, 3세 후손 등 미래 세대와의 교류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현충원, 일상 속 보훈문화 거점으로
-지난 1월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서 국방부에서 보훈부로 이관되는 국립서울현충원은 어떻게 달라지나.
"다음 달 24일부터 전국 12개 국립묘지의 관리 주체가 보훈부로 일원화된다.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서울현충원(144만 평방미터) 재창조 프로젝트'에 따라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우리 국민이 365일 즐겨 찾는 문화공간이자 일상 속 보훈 문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다. 세계 최고의 추모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국토교통부·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 추진 방향은.
"지난 4월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및 기억·계승 방안'이 발표됐다. 무장·외교·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해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 세대에게 애국의 역사를 계승하고 자긍심을 높이자는 취지다. 특정 독립운동 계열이나 인물을 재평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지난해 '독립운동 훈격 국민공감위원회'에서 이상룡 선생, 이회영 선생, 최재형 선생, 송진우 선생, 박상진 의사, 헐버트 박사 등에 대한 공적 재평가 필요성이 제기됐다."

2022년 7월 부산 유엔평화공원 리처드 위컴 장군 묘역에서 열린 '40주기 추모식' 참석자들이 헌화, 참배하고 있다. 6.25 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3만 7902명 중에서 11개국 2320명이 잠들어 있다.[중앙포토]

-보훈부가 파악한 해외 독립유공자 묘소 347기 중 148분의 유해만 국내로 봉환됐는데.
"내년이 광복 80주년인 만큼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독일에 묻힌 이의경 지사, 브라질에 있는 김기주·한응규 지사 유해는 내년에 국내로 모시게 됐다. 미주 항일운동가 문양목 지사 유해 송환도 진행 중이다.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해 일본·중국 측에 지속해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최재형 선생 유해는 매장지를 특정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관련 자료가 나오면 검토하겠다."
-보훈부가 지난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처음 선정했다.
"이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선구자이자 외교관으로 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렸던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다. 행정안전부 소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 기념재단이 지난해 7월 발족했다. 국민 성금 모금 운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보훈부는 기념관 건립의 직접 소관 부처는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독립운동에 대한 다양한 선양사업을 통해 독립운동가로서 업적을 널리 알리는 데 많이 노력할 것이다."

서훈은 공정·합리적 기준·절차 따라야
-노무현 정부는 여운형을, 문재인 정부는 홍범도를 이중 서훈해 논란이 벌어졌다.
"관련 법령이나 기존 서훈 체계를 따르지 않은 이중 서훈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독립유공자 서훈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제인 만큼 서훈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서훈 결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민주 유공자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법안을 보면 국회가 민주 유공자를 가려낼 명확한 심사 기준을 만들지 않고 행정부에 민주 유공자 결정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정권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통령령을 개정하거나 보훈심사위원회 위원을 교체하면 민주 유공자 기준과 범위가 고무줄처럼 바뀔 수 있다."

1953년 8월 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상호방위조약(한미 동맹조약) 서명식 장면. 변영태 당시 외무부 장관과 존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의 조약 가조인 장면을 뒤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재발의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추후 국립묘지법이 개정될 경우, 경찰 7명이 순직한 1989년 동의대 사태 당시 가해자들이 민주 유공자로 등록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최악의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 법안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한다. 입시 혜택 등을 주면 불공정 논란도 생길 수 있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법안이다. 보훈부 장관으로서 좌시할 수 없기에 재발의하면 대통령께 당연히 거부권을 재차 건의하겠다."
-다른 국가유공자 심사는 보훈부가 전담하는데 유독 5·18 유공자는 광주광역시가 심사한다. 인우보증(隣友保證), 즉 지인의 증언까지 인정해 심사의 객관성 논란이 많았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상은 '5·18 유공자 보상법'에 따라 광주광역시에 자체적으로 설치된 '5·18보상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해 결정한다. 광주시가 보상자로 결정해 보훈부에 통보하고 보훈부는 단지 범죄사실 조회에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유공자로 등록한다. 이런 절차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기 때문에 보훈 심사 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해보겠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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