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청년을 위한 사회

2024. 6. 2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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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고 주택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도 눈에 띈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거나 대출 이자를 보조하는 등 금전 지원에 비해 당장 눈에 띄지 않고 결실을 보기까지 시일도 걸리겠지만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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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초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고 주택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도 눈에 띈다. 저출생으로 경제 규모가 축소되면서 정부 재정과 국민연금 재정이 악화하는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런 문제가 저출생 그 자체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만 유지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 시행하고, 경제사회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만 바라보며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 씁쓸하다. 더군다나 재원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아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지출의 부담을 종국에는 현재 혹은 미래의 청년이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거나 대출 이자를 보조하는 등 금전 지원에 비해 당장 눈에 띄지 않고 결실을 보기까지 시일도 걸리겠지만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첫 직장이 중요하다. 일단 좋은 직장에 정규직으로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다른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실력을 쌓은 후 좋은 일자리로 옮기기는 훨씬 어렵다. 따라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다양한 스펙을 쌓기까지 치열하고 소모적인 경쟁을 겪어야 하며, 첫 직장을 잡고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도 늦어진다. 이 과정이 평생의 소득을 좌우하는데 소소한 금전 지원을 내밀며 더 일찍 결혼하고 아이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색한 일이다. 누구나 실력을 쌓으면 결국 더 좋은 직장에 자리를 잡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추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만약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넘쳐난다면 이 문제는 사소할 수 있다. 그러나 직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는 것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함을 방증한다. 유망한 기업이 부족한 것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유망하지 않은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한몫한다. 정부 지원에 기대 겨우 연명하고 있는 다수의 중소기업에서 청년들이 좋은 대우를 받거나 성장하는 것은 난망하다. 경쟁력 없는 기업이 우리 경제의 희소한 인적·물적 자원을 차지하고 있어 정작 유망한 신생기업은 성장하기 힘들다.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조차 규모가 커지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성장을 스스로 포기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심각하다. 단순히 기업 규모에 따른 지원보다는 시장실패를 명확히 식별하고 해소해 유망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처럼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기존 회사에 들어가려고 갖은 노력을 하기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직접 창업하려는 진취적인 청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과도한 규제로 창업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기존 기업들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구축된 진입장벽을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안타깝게도 이해집단을 설득하는 정치력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신생기업이 들어설 공간이 많지 않다. ‘타다’의 시장진입 실패를 보고도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낙담하지 않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처럼 청년을 위한 사회의 출발점은 기성세대의 과도한 기득권을 보호하는 공고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지 청년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재정을 선심 쓰듯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개개인이 능력을 발휘하고 그에 걸맞게 보상받는 사회에서는 기성세대보다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청년들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미래를 짊어지지 않을까.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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