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남의 영화몽상]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사람의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남의 마음은 둘째 치고 내 마음부터 그렇다. 때 이른 무더위 탓일까. 별것 아닌 일에 부아가 치미는가 하면, 상대의 말과 행동은 평소 그대로인데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나면, 이내 후회나 미안함이 몰려온다. 마음이란 참 제멋대로다.
‘인사이드 아웃’(2015)은 이런 점에서 신통방통한 얘기다. 주인공인 어린 소녀 라일리의 마음속 세상에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감정을 의인화한 다섯 캐릭터가 활약한다는 상상력을 통해 감정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그럴듯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사람의 감정이 다섯 가지로 다 설명이 될까 싶겠지만, 이건 애니메이션의 세계다. 전두엽·편도체·도파민·세로토닌 같은 용어가 등장하는 것보다는 알기 쉽고 재미있다.
새로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는 이후 열세 살이 된 라일리 얘기다. 이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 중에도 ‘불안’은 단연 활약이 두드러진다. 흥미로운 건 그 묘사다. 기쁨이를 비롯한 기존 캐릭터들을 제압하고 컨트롤 보드를 장악한 불안이는 마치 일 중독자 같다. 라일리에게 닥칠 수 있는 온갖 부정적 가능성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일일이 제작하고 검토하는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춘기 소녀만 아니라 자녀의 미래를 위해 고심하고 분투하는 부모들, 나아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마음을 엿보는 듯하다. 입시, 진학, 취업 등 장차 이어질 고민을 떠올리면 지금 라일리가 하는 우정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겨우 시작일뿐. 불안이는 미래를 대비하게 하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폭주는 불안이 스스로 압도될 지경에 이른다.
인상적인 새로운 캐릭터로 ‘노스탤지어’도 있다. 할머니의 모습을 한 이 캐릭터가 나오려 할 때마다, 아직 이럴 때가 아니라며 다른 캐릭터들이 만류하는 모습이 웃음을 안겨준다. 알다시피 과거를 반추하며 향수를 느끼는 건 나이 든 사람만이 아니라 라일리 같은 아이들도 종종 겪는 일이다. 물론 라일리가 나이 들수록 이 캐릭터의 출연 분량도, 회한을 비롯해 새로운 캐릭터도 늘어갈 수 있다.
사춘기만 아니라 갱년기를 비롯해 인생의 시기별로 감정의 작동을 그려내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고로 할리우드에서 속편이란 종종 창의성의 고갈 신호로 해석됐다.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 주야장천 이어지는 건 싫은데, 장년판·노년판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싶은 이 마음은 과연 뭐란 말인가. 이 애니메이션은 그런 점에서도 위안을 준다. 어떤 감정이든, 1편의 슬픔이가 그랬듯 2편의 불안이 역시 결코 없어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 뭉클하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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