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마켓 나우] 반도체, 학술 경쟁력이 산업 경쟁력 되려면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한 결과,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연구 수행도 아주 희망적이다. 이는 최근 한 학회 모임에서도 재확인됐다.
반도체 분야 양대 학회 중 하나인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의 ‘고집적반도체기술&회로 심포지엄’이 지난 16~20일 호놀룰루에서 열렸다. 역대 가장 많은 1350명이 참가해 글로벌 반도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발표 논문 비중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23%로 같았고, 그다음은 중국(14%)·대만(12%)·일본(8%) 순이었다.
분야별 논문 수를 보면 국가별로 무엇에 새롭게 집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설계 부분에서 중국이 작년의 3배가 넘는 논문을 제출했고, 소자 공정분야에서는 중국·한국·미국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술 경쟁력이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면 더욱 좋을 텐데, 최근 업계 상황이 아쉽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보상 체계·수준 차이로 인한 우수인력 이탈의 심화 가능성을 불식해야 한다. 미국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전문가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런 미국을 중국이 위협한다. 중국은 고급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에 평균 연봉의 30배까지 차이 나는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덕분에 미국 우수인력을 끌어들여 설계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선도기업을 창업했다. 우리나라도 핵심 우수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제도를 도입해서, 스타 엔지니어·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인재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반도체 분야 국가대표 연구기관의 수립이다. 일본(LSTC)·대만(TSRI)·미국(NSTC)과 같이 경쟁국들은 산학연을 묶는 국가대표 연구기관을 만들어 미래기술 공동개발과 공유에 필요한 국제 협력체계를 수립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부처가 산발적으로 국제협력 과제를 만들어서 연구비 퍼주기 경쟁을 하다 보니, 대등한 위치에서 해외협력기관과 핵심기술을 공동연구하지 못하고 ‘과제를 제발 받아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국가대표연구기관을 빨리 설립하여 협상력도 높이고, 취약분야 기술을 경쟁국들로부터 받는 대신 우리의 강점분야를 제공하는 ‘윈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학회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반도체 기술의 융합을 통해 소모전력을 줄이고 연산효율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워낙 여러 회사가 협력해야 하는 사안이라 실질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연구기관의 절실함을 상기시키는 또 다른 사례다.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새로운 길을 먼저 개척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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