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1%의 사정
종부세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이다. 종부세를 폐지하니 개편하니 하는 말을 두고 나와 친구들은 그냥 웃는다. 죽기 전에 우리가 종부세를 낼 일이 있겠냐? 그래 봤으면 좋겠네. 그런 실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멀고 먼 그들만의 이야기에 그저 웃는다. 2023년 11월에 발표된 종부세 대상 과세 인원은 41만여 명이다. 5천만 명 중에 1% 내외의 ‘억울함’을 십수 년 동안 이렇게 매년 듣고 있다니. 무슨 국가와 언론이 공인한 공식 약 올림도 아니고, 종부세가 전월세가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예, 세금 내지 마시고 월세 덜 받으십시오, 하고 쓴웃음을 감춰야 하나. 머리로 이해해도 심정적으로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일인칭 가난』(2023)의 저자 안온은 정치인이 바라보는 가난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그는 덥석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밝게 자라는 아이여서 고맙다고 했다. 이후로도 종종 자신을 정치하는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다가와 내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고는 했다. 지금도 나는 재해 지역이나 쪽방촌에서 생수며 연탄, 반찬 등을 나르는 정치인들의 사진을 보면 끔찍하다. 새것이어서 유난히 빨간 목장갑과 일부러 묻힌 듯 재가 거뭇거뭇한 기름진 얼굴들. 그들이 동정마저 전시하는 동안 가난한 이들이 죽고 더 가난한 이들이 태어난다.”
정치인들은 아마 종부세를 논하는 자신들이 ‘크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을 테다. 가난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자본을 움직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그게 사회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더 ‘큰일’인가? 실재하는 개별의 가난들 앞에서 그런 정당화가 얼마나 힘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이 연탄을 나르고 기념사진을 찍는 그런 가난들이 매년 종부세만큼 화제가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국가였을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보, 6억 엔비디아 선물할게"…1억 아낀 남편 묘수 | 중앙일보
- "개XX야, 돈 있음 한번 쳐봐"…김호중, 3년전 몸싸움 영상 논란 | 중앙일보
- "남편과 딸에겐 알리지 마" 도우미 여성 죽인 그놈 카톡 | 중앙일보
- "난 망했어" 치매 노모의 눈물…죽음의 요양원서 생긴 일 | 중앙일보
- 조윤희 "매일 악몽 꾸다가…" 이동건과 이혼 전 생활 입 열었다 | 중앙일보
- "길바닥에 시신이…" 땡볕에 1100여명 숨진 최악의 성지순례 | 중앙일보
- "이 시국에"…138만 유튜버 '군인 조롱' 논란에 사과, 무슨 일 | 중앙일보
- "1분 1초가 고통"…전세사기 당한 유튜버, 폭탄 돌리기 논란 사과 | 중앙일보
- "코로나보다 센 '사망률 50%' 전염병 온다"…한국형 백신 대규모 투자 | 중앙일보
- 유튜버 7년차에 월 억대 번다…비도 찾아가 비결 물은 이 남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