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장

2024. 6. 25. 00: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쓰이기를 원하는 것들과 남에게 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속에서 부글거리는 날에는 더욱 문장의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어야 한다. 이런 날에는 형용사와 부사가 끼어들고, 등장인물의 말투가 들뜨고 단정적 종결어미가 글 쓰는 자를 제압하려고 덤벼든다. 글이 잘나가서 원고 매수가 늘어나고 원고료가 많아지는 날이 위험하다. 이런 날 하루의 일을 마치고 공원에 놀러 나가기 전에 글 속에서 뜬 말들을 골라내고 기름기를 걷어 낼 때에는 남이 볼까 무섭다.

소설가 김훈의 신작 산문집 『허송세월』에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