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7개 상임위장 수용…추경호는 사의 표명
22대 국회 임기 시작(5월 30일) 이후 한 달 가까이 평행선을 달려온 여야의 원(院) 구성 협상이 더불어민주당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직을 탈환하지 못한 채 24일 ‘국회 보이콧’ 투쟁을 끝내기로 결정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남겨둔 외교통일·국방·기획재정위 등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170석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등 11개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하는 걸 막지 못한 상황에서,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를 회의장 안에서 저지하는 원내 투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원 구성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22대 국회 원 구성은 이에 따라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외교통일·국방·기획재정·정무·여성가족·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정보위 등 7개 상임위원장과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은 이번 주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초 공언한 대로 법사위→본회의로 이어지는 법안 최종 관문의 의사봉을 모두 손에 쥐게 됐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에만 기대는 무기력증에 갇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민주당이 예고한 ‘원 구성 독식 시점’인 25일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야당과 1년씩 교대로 맡자’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해 절충 가능성이 사라진 상태였다.
추경호 “입법독재 견제 위해 원내복귀”…집권 여당이 국회 외면 부담도 한몫
추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민주당은 무소불위로 군림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에 여념이 없다. 수십 차례 제안한 우리 당의 양보와 협상안도 매번 단칼에 걷어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1개 상임위가 민주당의 입맛대로 운영되는 걸 보면서 나머지 7개도 (민주당이 독식하면) 정쟁으로 이용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이재명 방탄과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해 원내로 돌아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의원총회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원내 복귀가 결정됐다. 당내에선 일찌감치 “기재·정무·산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라도 위원장직을 맡아 민주당 독주를 저지하고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특히 나라 안팎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생 입법 과제를 앞장서 챙겨야 할 집권여당이 국회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는 부담이 가중된 것도 등원 결정의 배경이 됐다.
추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다수 의원이 만류했으나, 뜻을 꺾지는 못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당분간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대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원내사령탑의 이 같은 공백으로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이 당장 정상 궤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본회의 개의 시점도 여전히 미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상임위원장 배분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들어 오는 27일 개최를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대정부질문과 개원 연설도 해야 한다”면서 25일 본회의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단 내부적으로 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차기 정무위원장으로는 3선인 윤한홍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엔 3선 이철규 의원, 기획재정위원장으로는 3선인 송언석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3선 중진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상임위 명단 작성을 위한 의견 조율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선출과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초 최다선(6선)인 주호영·조경태 의원 사이에선 연장자인 주 의원이 먼저 맡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으나, 4선 박덕흠 의원이 출사표를 내밀면서 경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가 열려 여당 몫 7개 상임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이 선출되면 원 구성은 완료된다. 국민의힘의 ‘보이콧’과 야당의 독주, 정부 측 불참으로 반쪽 운영돼 온 상임위 활동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각종 특검법안과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국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타결된 원 구성에 대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민생을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추 원내대표와 의원들의 충정 어린 결단으로 원 구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민정·윤지원·현일훈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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