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못끄는 리튬전지 화재 22명 사망
경기도 화성시 전곡해양산업단지 내 리튬 1차전지 생산공장에서 2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22명이 숨졌다. 8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1명은 연락이 닿지 않아 소방당국이 행방 확인에 나섰다. 화재 발생 당시 해당 건물에는 70명가량이 있었다. 역대 화학공장 사고 중 최다 사망자를 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공장 중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3동 건물 2층에서 났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인 김모(52)씨를 발견했으나 결국 숨졌다. 수색을 통해 실종자 시신을 수습하면서 사망자는 김씨를 포함해 22명(오후 11시 기준)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한국인 2명과 외국인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미상 1명) 등이다. 시신 대부분이 화재로 훼손된 상태였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2층에서 사망자들이 발견됐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며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계단이 2곳 있었는데, 문이 잠겨 있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3동 2층은 1185㎡(약 350평) 규모다. 이곳에 지름 30㎝, 높이 45㎝ 등 여러 크기의 원통형 리튬 전지 3만5000개(추정)가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불은 리튬 전지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급격하게 커졌다.
‘쾅쾅쾅’ 총쏘듯 전지 연쇄폭발
목격자들이 전한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50대 여성은 “꽝꽝 터지는 소리가 1시간 넘게 들렸다”며 “불이 난 공장 안에서 불꽃이 휘날리는 것을 봤고, 50여 명의 전 직원이 급하게 대피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불이 나자 (건물) 2층에서 사람 2명이 1층 지붕 위로 뛰어내리는 걸 보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총 쏘는 소리가 들렸다”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등 굉음 발생을 전했다. 스리랑카인 라히르(24)는 “큰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무언가 날아왔다”며 검게 탄 쇳조각을 보여줬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40분 관할 소방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하는 대응 1단계를, 이어 오전 10시54분 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차례로 발령했다. 소방관 등 인력 20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동원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초기 진화에 애를 먹었다. 금수성 물질(禁水性物質)인 리튬의 특성상 물이나 수분을 함유한 소화약제에 닿을 경우 가연성 기체인 수소를 발생시켜 폭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후 3시10분쯤 큰불이 잡혔고, 실종자 수색작업이 펼쳐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비상벨 작동 등 소방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수원지검도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화재 현장을 직접 찾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점검했다. 앞서 화재 발생 직후에도 윤 대통령은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화성=손성배·이보람·박종서·이아미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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