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새로 쓴다, 양희영의 ‘올림픽 드라마’
30대 중반의 양희영(35)이 데뷔 16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퀸’의 칭호와 함께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보너스로 챙겼다.
양희영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사할리 골프장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면서 공동 2위 고진영, 릴리아 부(미국), 야마시타 미유(일본·이상 합계 4언더파)를 3타 차로 제쳤다. 통산 6승. 2008년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희영은 우승 상금 156만 달러(약 22억원)를 받았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은 양희영의 75번째 메이저 대회였다. 양희영이 74전75기에 성공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오랜 우승 가뭄도 끝났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개막 이후 15개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는데 양희영이 16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선수가 가장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22년 6월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전인지(30)였다.
양희영은 이날 우승으로 거액의 상금과 함께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도 극적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회 전까지 양희영의 세계랭킹은 25위에 머물렀다. 세계 7위인 고진영과 12위인 김효주, 2명만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보였는데 이날 양희영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파리올림픽에 3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라 별로 2명에게 골프 종목 출전권을 준다. 그런데 세계랭킹 15위 안에 같은 국적의 선수들이 여러 명 있다면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양희영은 이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15위 이내에 진입할 것이 유력하다. 올림픽 대표 선발은 25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으로 확정된다.
LPGA 투어는 이날 “양희영이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며 우승을 축하했다. 파리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동반 출전하는 고진영과 김효주는 경기 후 양희영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양희영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골프가 10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2016 리우올림픽에 박인비(36), 김세영(31), 전인지와 함께 출전했다. 당시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펑샨샨(10언더파)에 1타가 뒤져 메달을 따지 못했다.
양희영은 지난 2월 중앙일보와 만나 “멋진 동료들과 함께 출전한 리우올림픽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도쿄올림픽엔 나가지 못했지만, 올해 파리올림픽엔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날 우승으로 꿈을 이루게 됐다.
양희영은 올 시즌 샷 감각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11개 대회에서 5차례나 컷 탈락했다. 톱10 진입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전성기 못잖은 정교한 샷을 뽐냈다.
3라운드까지 합계 7언더파를 기록해 2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양희영은 전반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이어 13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한때 5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16번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친데 이어 17번 홀(파3)에선 티샷한 공이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했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 난 상태였다.
양희영은 “올림픽 출전이 올해 가장 큰 목표였다. 최근 세계랭킹이 내려가서 국가대표로 뽑힐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꿈을 이뤘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제나 메이저 대회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은퇴 전에는 꼭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어떤 날은 빨리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 양희영은 …
「 ◦ 생년월일 : 1989년 7월 28일
◦ 출신 학교 : 호주 로비나 주립고
◦ LPGA 투어 우승: 통산 6승
◦ 올해 기록 : 상금 167만 달러(3위),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57.24야드(78위), 그린 적중률 68.86%(42위)
」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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