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토트넘, 벤탄쿠르 국대 활동 '홍보 X'…오직 스페인어→로메로와 차이 나네, 한국팬 눈치 보나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관한 소식 전달을 피하면서 대한민국 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최근 클럽 동료이자 주장 손흥민과 그의 조국 대한민국 사람들을 인종차별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자국 매체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서 인터뷰 진행자로부터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벤탄쿠르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이기에, 사실상 손흥민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벤탄쿠르도 질문을 듣자 "쏘니?"라고 되물었다.
이후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벤탄쿠르의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라며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벤탄쿠르의 사과문에도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 팬들은 그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한 점, 사과문을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사용한 점 등을 거론하며 그의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벤탄쿠르는 2차 사과문을 작성해야 했다. 두 번째 사과문은 1차 사과문과 달리 24시간 후에도 사라지지 않게끔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지난 22일 다시 한번 SNS을 통해 "난 모든 팬 여러분, 그리고 날 '팔로우'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손흥민을 언급한 뒤 그와 대화를 나눴고 우리의 깊은 우정을 알렸고, 그(손흥민)는 이 것이 불행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해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내 말로 인해 불쾌함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다만 내가 (손흥민 아닌)다른 사람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손흥민에게만 한 얘기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벤탄쿠르의 2차 사과문에도 여전히 불만을 느끼고 있는 한국 팬들은 적지 않다. 그는 분명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며 손흥민과 한국 사람들 얼굴이 다 같다고 했는데, 손흥민에게만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지난 21일 영국 매체 '타임스'가 벤탄쿠르가 인종차별 건으로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이후 2차 사과문이 올라오면서 벤탄쿠르가 징계를 피하기 위해 황급히 사과문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벤탄쿠르 논란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은 이유로 일부는 토트넘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벤탄쿠르가 클럽 주장인 손흥민과 한국인들을 인종차별했기에 구단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손흥민이 나서기 전까지 침묵을 유지해 논란을 키웠다.
손흥민은 20일 SNS로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라며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뒤로 하고 벤탄쿠르와 프리시즌에 재회해 다음 시즌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토트넘도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이후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클럽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차별에 맞서 새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다가 손흥민이 사태 진압에 나서자 그제서야 성명문을 발표했기에 '숟가락 얹기'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번 사건에 대한 토트넘의 태도는 구단의 SNS 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몇몇 토트넘 선수들은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나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 중이다.
소속 선수들의 대륙별 컵대회 경기 날짜가 다가오거나 경기가 끝나면 다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토트넘도 SNS에 홍보포스터를 올리면서 선수들의 출전 가능성 및 활약상을 팬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토트넘 SNS에 우루과이 대표팀 일원으로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한 벤탄쿠르와 관련된 홍보포스터는 찾아볼 수 없다.
벤탄쿠르는 24일 미국 하드록 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파나마 간의 2024 코파 아메리카 C조 1차전에서 후반 39분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을 뛰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경기 전후에 벤탄쿠르에 관한 소식을 SNS에 올리지 않았다.
이는 다른 선수들과 대조된다. 토트넘은 미키 판더펜(네덜란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덴마크), 굴리엘로 비카리오(이탈리아), 크리스티안 로메로(아르헨티나) 등 출전 가능성에 상관 없이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모습이나 경기를 뛰는 장면을 SNS에 게시했지만 벤탄쿠르는 예외였다.
24일 우루과이가 파나마를 3-1로 이긴 뒤 경기 후반 10분을 뛴 벤탄쿠르를 두고 스페인어 계정에서 '벤탄쿠르 효과'라고 쓴 것이 전부다.
그렇기에 토트넘이 한국 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만약 현 상황에서 벤탄쿠르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면 한국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벤탄쿠르와 관련된 글은 가능하면 올리지 않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는 단순히 사태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손흥민과 한국인들을 인종차별한 사건임에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눈치를 보며 상황 넘기기에 급급한 토트넘의 행보는 한국 팬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벤탄쿠르, 토트넘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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