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 3만5000개 쌓여 연속폭발… “난생 처음 보는 불길”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폭발음과 함께 버섯구름 연기 솟구쳐”
가까스로 탈출한 직원들은 망연자실
“포장작업 중 폭발” 진술… 당국 원인조사
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등 검토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 서신면 소재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일대는 재난현장을 방불케 했다. 화재 발생 시간으로부터 4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10분쯤 소방이 초진을 마쳤지만, 반경 100m 밖도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다. 검게 그을린 공장 건물 외벽은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열기를 내뿜었고, 공장 내부는 온갖 집기들이 눌러붙어 폭격을 맞은 듯 보였다. 이 공장에는 리튬 배터리 3만5000개가 보관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불길을 잡은 이후에도 코를 찌르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일대를 뒤덮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공장 2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현장에는 소방관 145명과 펌프차 등 장비 50여대가 동원됐다. 화재 당시의 목격자들은 연쇄적인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쳤다고 증언했다. 인근 공장 직원 A씨는 “폭죽 소리보다 큰 폭발음이 연이어 나고, 난생 처음 보는 불길이 피어올랐다”며 “작업복을 입은 다른 공장 직원 여러 명이 ‘어서 피하라’고 하길래 급하게 근처 식당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수색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성=최상수 기자 |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연면적 2300여㎡ 규모의 3층 건물이다. 이날 화재가 일어난 건물에서는 67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층에 있던 근로자들은 대피했으나 2층에서 일하던 직원들 대다수는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1층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아리셀 직원 이모씨는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2층에 있었다”며 “2층의 친했던 직원들과 연락이 계속 닿지 않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거센 불길과 추가 폭발 우려로 차질을 빚던 소방당국의 본격적인 수색작업은 오후 3시10분쯤 불길이 잡히고 나서야 시작됐다. 소방대원들이 공장 내부에 진입해 수색한 결과, 희생자는 공장 건물 2층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화재 초기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던 사망자 1명까지 포함하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오후 6시 현재 총 22명이다. 2명이 중상을, 6명이 경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거센 불길 때문에 희생자들이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실까지 이동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2층은 포장 등 단순 작업이 주로 이뤄지는 곳이라 단순 노무직으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고 했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한 외국인 여성은 통제선 바깥에서 한참을 오열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사망자들을 화성시 내 장례식장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 현장에서의 인명구조가 마무리된 만큼, 향후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 중 배터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대원 격려하는 尹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상황 점검을 하며 소방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환경부는 화학사고의 ‘관심’ 단계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아리셀 공장은 리튬 외에 톨루엔, 메틸에틸론, 염화싸이오닐, 수산화나트륨 등의 화학물질을 취급했는데, 이 중 전지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싸이오닐은 연소하면 염소와 황산화물, 염화수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화성=백준무·이예림 기자, 이지민·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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