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터지는 줄"…직원들 긴급 대피, 인근 공장도 아수라장
24일 경기 화성시 전곡해양산업단지 소재 리튬 일차전지 생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산업단지 일대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오전 10시31분 발생한 화재 직후 폭발 소리에 놀라 대피했던 인근 공장 직원 10여명은 약 50m 떨어진 경찰 출입통제선 앞에서 2시간 뒤에도 여전히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현장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동료와 “안타깝다”고 말하며 연신 담배를 태우는 근로자도 있었다.
결국 서너 시간만에 공장 건물은 화재로 녹아내려 골조까지 드러났다. 지붕에선 뿌연 연기가 끊이지 않고 뿜어져 나왔고 건물 잔해가 지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건물 앞쪽에 파란색 글씨로 적혀있던 영문으로 아리셀이라고 적혀 있던 회사 간판 역시 화재로 까맣게 탔다.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작업동 3동 2층 작업장에서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18시 30분 기준 사망자는 총 22명이다. 최초 발견된 사망자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21명은 구조 작업 끝에 발견됐다. 시신은 대부분 불에 탄 소사체로 발견됐다.
현장 목격자들은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 후 불꽃이 튀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을 바라보던 60대 남성은 “오전 10시 30분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불꽃이 튀었고 폭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건물 내에서 폭발이 약 30분에서 1시간가량 지속됐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200m 거리 떨어진 식당 직원은 “1시간 동안 원자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300m 떨어진 거리에 사무실에서 화재를 목격한 A씨는 “한 시간 동안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며 “11시쯤 화재 소식을 알고 직원 모두 뛰어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화재의 흔적은 도로 곳곳에 남았다. 인근 도로엔 폭발 잔해물이 떨어졌다.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라히르(24)는 “펑펑 터지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무언가 날아왔다”며 검게 탄 쇳조각을 들여 보였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60대 남성은 “하늘에서 뭐가 떨어져서 봤더니 검게 탄 건전지 같았다”며 “떨어지고 5분 뒤 만졌는데 몹시 뜨거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까맣게 탄 엽전 같은 것이 바닥에 나뒹굴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화재 발생 당시를 떠올리며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인근 공장 직원 박모씨는 “직원 70명을 공원으로 대피시키는 동안 폭발음 지속됐다”며 “총 쏘는 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사무실에 있는데 소방차 사이렌이 계속 울렸다”며 “재난문자도 오길래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대피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으로 일부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100m 거리의 B공장 관계자는 ”공단협의회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늘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박종서·손성배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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