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중시·합리적” 원구성에서 드러난 우 의장의 국회 운영법
원구성 협상에서 드러난 ‘합리적 중도’ 기준
법사위, 민주당 갖되 여당 7개 상임위 수용 후 바로 권한 축소 추진 밝혀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여당 몫으로 남아 있던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수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원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법제사법위원회 권한 축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원구성 과정에서 국회법 준수를 강조하면서도 합리적인 우 의장의 국회 운영 방식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우 의장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결정 내리기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와의 갈등도 있고, 특검법에 대한 마찰도 있었기 때문”이라며 “7개 상임위를 수용하고 국회에 들어오겠다고 결정한 여당의 책임 있는 선택은 잘한 판단”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여야 원내대표의 원구성 협상을 주재해 온 우 의장은 취임 후 ‘선(先)대화 후(後)국회법’을 지속 강조했다. 대화를 통해 우선 협상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법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고, 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 여야의 중간에 서 있는 게 중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의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국회가 정치 불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원구성과 관련해 우 의장은 당초 지난 23일 자정을 여야 원구성 ‘최종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지난 23일 여야 원구성 막판 협상이 결렬된 직후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높게 점쳐진 것도 우 의장의 국회법 중시 의지 때문이었다.
정쟁 법안에 대한 입장도 ‘선(先)대화 후(後)국회법’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단독 국회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여당도 야당도 무시할 수 없다. 야당은 야당대로 단독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고 여당은 여당대로 집권 세력으로서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차츰 합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은 정쟁 법안이 단독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 주도로 국회법에 따라 통과될 것이지만, 양당이 차차 협치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 의장은 의장 선출 당시부터 민주당 내에서 ‘합리적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은 만큼, 국회 운영에서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 의장은 여야의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4·10 총선 민심이 ‘192석 대 108석’이라는 압도적 차이를 낳았다”며 “민심에 따라 민주당의 주도성을 인정하되, 국민의힘의 의석수인 108석을 고려해 11대 7 비율을 관철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중재안을 내놓기보다 시간적 여유를 좀 줘서 국회법에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원구성에서 가장 쟁점이 된 법사위와 관련해서도 원구성 마무리 즉시 국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권한 축소 등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명분으로 다른 상임위에서 심사가 마무리된 법안을 수정하거나 의도적으로 통과 지연시켜 마치 ‘상원’ 기능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 의장은 “법사위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안 전체를 흔들고 있다. 법사위 개선 필요성이 분명하다”며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진표 전 의장이 제시한 법제위와 사법위를 나누는 방법 △우 의장이 2018년에 내놓은 법제 기능을 각 상임위로 보내는 방법 △국회의장 직속으로 각 상임위 간사를 모아 법제 기능을 하는 방법 등을 언급했다. 이는 국회법을 따르면서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한편 우 의장은 여야와 함께 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협의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본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개원 연설 등 연동된 여러 가지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협의 중”이라면서도 “민주당은 본회의 개회 전까지 기존의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의결된 일정은 그대로 수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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